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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꿈에 그리던 설악산 공룡능선을 지금에야 밟을 수 있게되었다. 지난해 여름 친구 이광숙교수와 동생(54회)과 함께 지리산종주를 마친 후 곧 공룡능선을 등반하기로 약속한 후 이일,저일로 치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주 (9월 17일) 모처럼 시간을 내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저녁 10시 벅찬 가슴을 안고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동행한 두사람이야 젊은시절 이 곳을 답사한 경험이 있어 감동이 덜했겠지만 초행인 나로서는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을 밟는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짧은 이동시간동안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18일 새벽3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순두부백반으로 간단히 요기한 후 설악동으로 이동하였다. 아뿔싸! 동료중 한명이 잠을 못이뤄 복용했던 수면제가 그때는 효과가 없다가 이제 효과가 나타나다니... 비몽사몽간에 비선대에 도착해보니 아직 사방은 깜깜하여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보던 모습은 볼 수가 없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만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다. 마등령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시작으로 힘든 등산이 시작되었다. 특히 이번 등반에는 산장을 예약하지 못해 비박할 것을 예상하여 침낭이나 메트등을 준비하다 보니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등령으로 오르는 중 날이새어 설악의 비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등령고개에 올라 숨을 고른 후 본격적으로 이제 공룡의 등을 밟기 시작했다. 좌로는 외설악, 우로는 내설악,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이름모를 갖가지 형태의 돌산봉우리들,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금강산의 비경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케 한다. 눈속에만 담아두기엔 아까운 경치이지만 워낙 사진기와는 담을 쌓은 처지라 안타깝기만 하다. 수도 셀 수 없는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밧줄을 타고 바위를 몇차례 오르내린 후에 능선의 중간쯤 작은 개울가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이게 웬 일인가? 젊은 스님 한분이 물을 얻어마시러 내려오셨다. "아니 스님, 고무신 신고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스님은 평상시의 승복과 흰 고무신을 신고 이마에 땀방울도 보이지 않으시고 태연히 물병에 물을 담고 계셨다. 어디로 가시느냐는 물음에 봉정사로 간다던가 어디로 간다던가 내가 정신이 없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번에 돌산을 걷는다는 압박감에 멀쩡한 등산화를 두고 밑창이 딱딱한 새 등산화를 비싸게 주고 구입했는데... 스님은 장삼 휘날리며 날아다니시나? 경치가 워낙 좋아 좀 덜하긴 했지만 어쨌던 힘들게 우여곡절끝에 무너미재를 지나 희운각산장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공룡능선을 완주한 것이다. 내친김에 소청으로 중청으로 전진하였으나 숙소를 구할 수가 없어 애타 하던 중 중청대피소 관리소장의 배려로 로비바닥에 웅크리고 이슬을 피할 수가 있었다. 새벽5시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해 대청봉으로 올랐으나 흐린 날씨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쓸쓸히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평소의 선행이 부족했던가 보다. 그래도 이 나이에 공룡의 등을 밟았다는 뿌듯함과 친구와 함께한 1박2일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내려오는 길에 친구는 또 몽블랑으로 등산을 떠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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