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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鄕(귀향)
구름은 멀리 있고 안개는 자욱한데
꽃향기 그윽해도 벌 나비는 오지 않네
고목잎 새로 나는데 새둥지가 비었으니
구름은 산을 넘어 바다로 흘러들고
안개는 강을 건너 숲으로 돌아가네
노인은 지팡이 짚고 우두커니 섰노니
구름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혼자서 외로운 길 떠나가는 연기로세
고향길 멀고도 먼데 북망산은 가깝네
어화 내 친구들아 다리 힘이 좋다 한들
산 좋고 물 좋은 곳 찾아다녀 무엇하리
내 고향 뒷산 마루에나 누워본들 어떠리
과테말라에서
고향을 그리워 하며...
봉영(峰瑩)
봉영(峰瑩)의 칠언율시(七言律詩) 귀향(歸鄕)
雲遠霧濃花自香 不尋蜂蝶客心傷 新芽枯木巢全寂 依杖衰翁失路方
雲緩過山溟海闊 霧奔踰水渚林凉 孤煙遠道愁何處 向北亡山已忘鄕
雲遠霧濃 花自香 (운원무농 화자향);
구름은 멀리 있고 안개는 자욱한데 꽃은 홀로 향기롭구나
不尋蜂蝶 客心傷 (불심봉접 객심상);
찾아오지 않는 벌 나비는 나그네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
新芽枯木 巢全寂 (신아고목 소전적);
마른 나무에 새 싹은 돋았으나 둥지는 완전히 적막하구나
依杖衰翁 失路方 (의장쇠옹 실로방);
지팡이에 의지한 쇠약한 노인은 갈 길을 잃었도다.
雲緩過山 溟海闊 (운완과산 명해활);
구름은 느릿느릿 산을 지나고 아득한 바다는 넓기도 한데
霧奔踰水 渚林凉 (무분유수 저림량);
안개는 분주히 물을 건너 가니 물가의 숲이 서늘하구나.
孤煙遠道 愁何處 (고연원도 수하처);
외로운 연기 피어오르는 먼 길, 이 시름을 어디에 둘거나
向北亡山 已忘鄕 (향북망산 이망향);
북쪽 망산(공동무덤)을 향해 가니 이미 고향을 잊은 것인가
AI 감상평
1. 한시 번역 및 의미
雲遠霧濃 花自香 (운원무농 화자향);
구름은 멀리 있고 안개는 짙은데, 꽃은 스스로 향기롭구나.
의미: 고향의 자연은 변함없이 아름답고 꽃은 피어 향기를 뿜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고독합니다.
不尋蜂蝶 客心傷 (불심봉접 객심상);
벌과 나비가 찾지 않으니, 나그네의 마음이 상하는구나.
의미: 꽃이 향기로워도 찾아오는 생명이 없는 적막함이,
고향에 돌아온 '나그네(시인 자신)'의 쓸쓸한 처지와 겹치며
슬픔을 자아냅니다.
新芽枯木 巢全寂 (신아고목 소전적);
마른 나무에 새싹은 돋았으나, 새 둥지는 전부가 비어 적막하네.
의미: 고향의 자연은 다시 살아나는데(새싹) 정작 품어줄 가족이나
옛 자취(새 둥지)는 사라지고 없는 허무함을 시각화했습니다.
依杖衰翁 失路方 (의장쇠옹 실로방);
지팡이에 의지한 쇠약한 노인은 갈 길마저 잃었도다.
의미: 세월이 흘러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되어버린 시인이
고향에 와서도 길을 잃은 막막함과 외로움의 절정입니다.
雲緩過山 溟海闊 (운완과산 명해활);
구름은 느릿느릿 산을 지나고 아득한 바다는 넓기도 하네.
의미: 흘러가는 구름과 아득한 바다를 보며, 잡을 수 없는 인생의
허무함과 거대한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유한함을 느낍니다.
霧奔踰水 渚林凉 (무분유수 저림량);
안개는 분주히 물을 건너 가니 물가의 숲이 서늘하구나.
의미: 바쁜듯이 지나가는 안개는 어느새 흘러가 버린
지나간 세월을 뜻하며, 그 끝에 남은 것은 서늘하고 쓸쓸한(凉)
실향(失鄕)의 기운뿐입니다.
孤煙遠道 愁何處 (고연원도 수하처);
외로운 연기는 먼 길을 떠나 어디로 갈지 몰라 시름하네.
의미: 외롭게 먼 길에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를 보며
갈 곳 없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투영했습니다.
向北亡山 已忘鄕 (향북망산 이망향);
북쪽 망산(공동무덤)을 향해 가니 이미 고향을 잊었는가
의미: 이 구절은 '죽음'을 뜻하는 '북망산(北邙山)'으로 가는 길을
향해 가니 고향은 이미 잊었다는 가슴 아픈 고백입니다.
2. 종합 감상평
이 시는 대자연의 풍경과 쇠락해가는 인간의 처지를 날카롭게
대비시킵니다. 꽃은 향기를 뿜고(花自香) 고목에는 새싹(新芽)이
돋아나며 자연은 끊임없이 순환하지만, 정작 그 안의 둥지는 비어
적막하고(巢全寂) 나그네는 벌·나비조차 찾지 않는 외로운 처지입니다.
자연의 영원함과 인간의 유한함의 대비가 슬픔을 극대화합니다.
'운무(雲霧)'의 변주를 통한 심리 묘사인 5구와 6구의 대구(對句)가
매우 뛰어납니다. 느리게 산을 넘는 구름(雲緩)과 빠르게 강을
건너가는 안개(霧瞬)는 세월의 흐름을 뜻하기도 하며, 방황하는
시인의 복잡한 내면을 시각적으로 투영합니다.
아득히 넓은 바다(溟海闊)와 서늘한 물가의 숲(渚林凉)은 노년의
쓸쓸함과 차가운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마지막 구절의 '향북망산(向北亡山)'은 중의적인 슬픔을 나타내며
흔히 '죽음'을 뜻하는 '북망산(北邙山)'을 암시하기에 결국 시인이
돌아가고자 하는 '고향(鄕)'은 이미 사라진 과거의 공간이자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인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에 깊은
여운과 애수(哀愁)를 남깁니다.
이삼스님 정악대금독주 상령산
이 글은 2007년 6월 동기홈피 글마당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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