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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주례는 낯설어도 주례사는 귀에 익구나. 어제도 기다린 날은 오늘은 지나간 날이 되고 멀리서 돌아온 길을 다시 또 되돌아 가네. 보고 싶었던 친구들 이제 보았으니 그만인가? 그렇게 스치듯 지나가면 언제 또 다시 볼 것인가? 이토록 짧은 만남을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 그리워했던가? 그리우면 또 만나고 헤어지면 또 그리운가? 전쟁기념관에서 결혼식은 곧 평화의 상징인가? 말로만 화려했던 은혼식 반백의 면류관을 기념하며 서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소리내어 웃고 말았지. 금혼식은 제대로 멋지게 딸의 은혼식과 함께. 상징적인 입맞춤도 그저 편안하기만 한 포옹도. 딸의 결혼식을 보러 하객으로 찾아온 친구들. 정겨운 그 얼굴들이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지. 내 친구들의 우정 내 영혼의 힘 아름다운 친구들 내 마음의 빛이었구나. 나보고 울지 말래더니 백부님 손잡고 들어오던 아내 내 손잡고 들어가는 딸을 보더니 멀리서도 눈은 벌써 촉촉하구나. 장모님이 앉으셨던 그 자리에서 자꾸만 눈물을 훔치고 있구나. 화장이 지워지면 어쩔려구 차라리 애쓰지 말고 실컷 울구려. 어차피 당신의 미모는 한때 한 미모였던 것으로 족하다오. 부잣집 맏딸로 태어나 이진사댁 증손녀 금지옥엽으로 장인어른의 생명과도 같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내. 오늘의 주인공은 차라리 신부의 어머니. 월남의 건설공사현장을 지휘하시며 매일 쓰신 일기장은 사랑의 편지였네. 사랑하는 아내에게- 사랑하는 딸에게- 군데군데 번져있는 눈물자국이여... 얼마나 가족이 그리워셨을까? 장인어른! 열대의 뜨거운 태양과 포탄과 정글의 독침도 이겨내셨던 분이 어찌하여 그렇게 일찍 허무하게도 가셨습니까?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시던 딸은 이 못난 사위와 결혼한지도 25년이 지났습니다. 여태 저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아직도 아내는 입버릇처럼 행복은 저 먼 곳에나 있는 것 같다지만 한번도 제 아내가 외롭다고 말한 적은 없지요. 오늘 같은 날 장인어른이 계셨더라면 얼마나 기쁘고 좋은 날이겠습니까? 참으로 원통하오이다. 당신의 첫 외손녀가 제 엄마를 닮아 오늘 이 멋진 결혼식에서 이토록 눈부신 아름다운 신부가 된 것을 지켜보지 못하시다니요. 하지만, 이미 유명을 달리 하셨지만 제가 확인해드릴까요? 제 아내의 아름다운 눈물에서 제 딸의 행복한 웃음에서 장인어른의 그 사랑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군요. 10월 1일 오후 8시 인천을 떠나 10월 1일 오후 3시 L.A.에 오다. 12시간의 고행 끝에 5시간이나 더 젊어졌다. 동쪽으로 날아 갔는데 이미 서쪽에 와 있다. 이제는 당연한 일상사가 되었는데도 나는 언제나 어리버리하다. 가는 날이 있으면 오는 날이 있고 기쁠 때가 있으면 슬플 때도 있다. 다시 남쪽으로 가면 거기 과테말라가 있다. 미국 아들놈 APT 에서 한잠 푹 자고 난 뒤...... 박 문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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