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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자알 계신가? 자네의 새 편지를 두 통이나 더 받고서도 마냥 민기적거리다가 이제 겨우 답장을 하네그려. 그것도 자네에게 직접 발송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우리 동기 홈피 글마당에 달랑 올려놓는 돌출적인 오바액션을 하면서 말일세. 하기야 내가 웬만큼 이런 사고를 쳐도 자네야 눈이나 꿈쩍하겠는가? 오히려 쪼잔맞게 뭘 그런 걸 갖고 오바니 사고니 하냐고 내게 핀잔이나 주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렇지 않은가? 그냥 한번 웃고 넘어 가세나. 자네는 그야말로 나의 가장 오래된 호두알 친구이자 뽕나무 밭에서 죽마 타고 함께 밑도 끝도 없는 전쟁놀이에 참전했던 전우이며 곰배팔이 목조르기로 죽을 때까지 열받아 코피나야 끝나는 고생받기 시합에서는 우열을 가리지 못 했던 호적수 앙숙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50년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태 나의 가장 측근에서 언제나 싱그러운 포도송이 같은 풋풋한 친구로 남아 있다니.. 내 마음의 은쟁반에 항상 깨끗이 씻어놓은 자네의 잘 익은 파란 포도송이가 촘촘히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언제든 생각날 때 내 손을 끌어당겨 한 알씩 따먹으라 한다네. 그 상큼하고 새콤한 맛은 나를 나른한 오후의 권태에서 각성(覺醒)케 하고 새로운 의욕과 용기에 취(醉)하게 할 뿐 아니라 이제 어느덧 늙어가는 내 고달픈 발에도 아직도 땀나게(犬足汗發) 해준다네. 지금껏 그 숱한 세월이 흘렀어도 생각해보니 자네는 늘 내게 다정하고 친절한 선한 목동이었고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어주면 나는 그저 마음놓고 늘어진 하품만 하고 때로는 게으른 울음을 우는 얼룩송아지가 되곤 했었지. 하지만 난 그 버들피리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또 얼마나 나를 안심시켰는지 딱히 그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네. 내가 가리늦게 인터넷을 배워갖고 동기홈피에는 풀방구리 드나들 듯 하면서도 막상 E-Mail 만큼은 별로 활용해보지 못한 감이 있는 것은 이 나이에 무슨 연애편지도 아니고 친구한테 1 : 1 로 상호 위문편지를 쓴다는 게 웬지 어색하게만 느껴졌고 그동안 하도 오랫동안 친구뿐만 아니라 편지하고도 완전 담쌓고 지냈기 때문에 안 하던 버릇 고치기가 하던 버릇 고치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문이지. 어쨋든 내가 자네한테 맨날 답장을 신속하게 하지 못하고 꾸무적거리기만 하는 동안 자네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무려 수십 통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편지를 보내주었고 그것도 하나하나 그 내용이 예사로운 편지가 아니었지. 내가 멀리 무인도에 귀양살이나 떠났다고 여겼는지 혼자서 맨날 외로운 갈매기를 벗삼아 쐬주나 마시다가 심심해서 죽을까 봐 온갖 재미있는 그림, 사진, 음악, 시 등등 많이도 보내주었지. 특히 내가 두고온 고향산천을 몹시도 그리워할까 봐, 한국의 가을여행, 한국의 명산시리즈,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송악산...제주도 풍경까지...그것도 멋진 배경음악과 함께 자세한 해설까지 곁들여...나는 이런 것들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기가 막혀 감탄도 제대로 못했지. 또한 내가 좋아하는 명곡, 흘러간 옛노래, 배호 특집 등등 그동안 수백 곡에 달하는 엄청난 곡들을 들려주어 내 눈과 귀가 보통 호강을 한 게 아니었지. 그뿐인가? 자네는 자상하게도 내가 술 한잔 걸치고 따라 부르라고 항상 노래가사를 꼼꼼하게 챙겨 빽꼭히 4절 후렴까지 적어 보내주어 내가 이제 부를 줄 아는 노래 레파토리가 가히 도전 1000곡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으오. 특히 ABBA의 출세작 워털루를 보내주었을 때는 아니 이 친구가... 정말 놀랐다네. 이 노래는 나한테 춥고 배고프던 시절, 70 년도 중반, 대학졸업 당시에 쓰라린 추억과 관련된 사연이 담긴 노래여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지자 내 가슴이 얼마나 울렁거렸던지. 내 사연을 알 턱이 없는 자네가 하도 여러 곡을 보내주다 보니 우연히 넘어져 남의 대박을 터뜨렸다고나 할까. 참 별일도 다 있다 싶었네. 자네의 친구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의 지극함이 없었던 들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걸세. 류(柳)목동의 버들피리 소리는 정말 대단했다고 나는 경탄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는 바이네. 과연 류(柳)대인이 아니고서야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친구여! 이렇듯 자네는 내게 많은 것을 베풀었는데 나는 무엇하나 보내줄 것도 없고 고작 씰데없는 설라발이나 까고 있으니 미안하기 짝이 없소. 빈대도 낯짝이 있다는데 나는 그야말로 자네 얼굴 사진도 볼 낯이 없구려. 이번에 보내준 한국야생화 사진은 비록 향기는 없더라도 내가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은 명품들이요. 여기서는 정말 귀한 보물로 여기고 잘 간직 하겠소이다. 이렇게 처절하게 예쁜 야생화에 그전엔 내가 왜 관심조차 없었는지? 도대체 무얼 따라다니며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소. 그리고 자네는 지금도 여기저기 다니며 얼마든지 이런 귀한 것들을 실물로 보며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 부럽구먼. 그러지 않아도 자네 편지를 읽어보니 자네는 참 부지런도 하네그려. 동기들모임, 서클모임, 가족모임, 경조사, 그리고 어부인과 둘이서 오붓이... 웬 볼일이 그렇게도 많은가? 산으로 들로, 서울로 지방으로...지난번엔 강원도 백두대간 평창 선자령에 가서 눈구경하고 왔다더니 이번엔 팔공산 갓바위에서 커피마시고 청도 각북 군불로를 거쳐 가창 오리궁뎅이란 델까지 가서 롱춘정(弄春情)하며 풍류를 즐겼다니...그것도 처남 매부지간에 의좋게 오손도손...검은콩 두유빛 동동주로 잔을 채워...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산꽃을 바라보며 술을 한잔씩 권하는 밋밋한 모습들이 아니고 술 한잔 받아 목구멍에 넘길 때마다 산꽃이 하나 둘씩 활짝 피어난다는 이백의 멋진 시 한 구절을 떠올렸구먼. 그런 자리에 나도 좀 끼워주면 안되겠소? 그저 상상만 해도 저절로 흥겹고 가슴이 뭉클해 오는구나. 늙은이 한잔 술에 마음의 봄꽃이 절로 피네. 탁주 석 잔에 호쾌한 기운을 일으켜(濁酒三杯豪氣發) 시를 읊으며 축융봉을 날듯이 내려간다는 주희(朱子)가 쓴 醉下祝融峰 이란 시가 생각이 나는군. 중국 형산(衡山)의 최고봉인 축융봉에 올랐다가 골짜기에서 구름 솟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감동한 나머지 함께 간 친구와 더불어... 역시 좋은 친구가 있어야 술맛도 나고 기운도 나는 법. 자네는 처남이자 나와 마찬가지로 호두알 친구인 이(李)박사가 항상 곁에 있어서 얼마나 좋은가? 가끔 한양서 오(吳)대감도 내려오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겠네. 난 나중에야 이(李)박사가 여동생이 셋인줄 알았는데 나도 진작에 자네의 막내동서라도 될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 언제 자네들과 어울려 감히 시를 읊어대지는 못 할망정 흘러간 옛노래나 몇 곡 함께 부르다 보면 춘심(春心)이 역동(力動)하지 않을까? 그나마 호쾌한 가운데 발기운을 일으켜(中足氣發) 아침저녁으로 기운없어 축 늘어지는 그 안타까운 비감(悲感)을 떨쳐버릴 게 아니겠는가? 하기야 자넨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자주 들먹이며 자네 몸은 비록 늙어가도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이라고 빡빡 우기더구먼. 암튼 기통차게 좋은 말이네. 청춘이라는 말은 민태원이 아니더라도 누가 들어도 기분좋은 말이네만 어떤 놀부의 자손이 말하길 그건 늙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경로차원의 말잔치에 불과할 뿐 늙으면 앓느니 죽는 게 수라고 일침을 놓았다는군. 그런데 진위야 어찌 됐건 솔직히 나도 이제 늙어가는 처지라 그런지 일단 자네 말이 맞다는 생각과 동시에 얼른 자네를 내 스승님으로 모시기로 했네. 자네처럼 마음만은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게 그게 보통 경지의 말씀이오? 그러고 보니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마음은 벌써 허옇게 쉬어버린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애 늙은이가 있으니 늙은 아이(老童)가 왜 없겠는가?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구먼. 몸은 나이대로 늙어 가도 마음은 계절따라 늙구요 마음이 봄이면 청춘이요 마음이 겨울이면 백발이라 자연의 계절은 사철로 돌며 순환하지만 마음의 계절은 마음먹기에 달렸오 아이고! 그렇게 마음 멋대로 달여 먹기가 도사(道士)도 아닌데 어디 쉽겠소? 자네는 자네 마음이 늘 봄이라 하니 틀림없이 자네 마음은 청춘일세. 나는 내 마음이...글쎄, 우짜겠노? 춘설(春雪)이 난분분하니 봄인동 겨울인동.. 앞으로 살 날이 그래도 아직은 꽤 남은 듯하니 차차 또 생각해 봄세. 그럼 지금까지 내 씨잘데없는 허튼소리 들어 주시느라 욕 봤소이다. 김명곤 문화부장관의 사철가나 한 곡 들으며 나중에 또 봄세. 자알 계시게. 과테말라에서 문송 보냄
서편제에 나오는 <사철가> 동영상 잘 나오다가 종종 삼천포로 빠지네그려..그때는 다른 명창의 노래를 들어야제...
단가 사철가 - 김수연 명창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구나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 없이 가버렸으니 왔다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가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된들 또한 경계 없을소냐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은 어떠하며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이 펄펄 휘날리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봄은 갔다가 해마다 오건만 이 내 청춘은 한번 가서 다시 올줄을 모르네 그려 어와 세상 벗님네야 인생이 비록 백년을 산대도 잠든날과 병든날과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사노니 인생인줄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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