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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일요일 그렇게 오랫동안 “치득치득” 내렸던 비가 어제 오늘 드디어 그치니 그 동안의 긴 우려 속의 칩거로 나른해진 몸을 추슬러 楊平 부근 中原溪谷으로 가을을 보러 나갔다. 하늘은 맑고 태양은 빛나 兩水里 아스팔트 길은 달리는 곳곳마다 가로수 그림자가 장승처럼 "턱턱" 길바닥에 들어 누워있고 漢江물은 지난 주 내내 온 비로 완전히 뒤집혀 황토색 빛깔로 누렇게 변해 있었으나 오히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이것이 평상시 고여있는 듯한 좀 덜 떨어진 억지 푸른색 물보다는 웬일인지 차분하고 깨끗해보인다 물가로 나가는 좁은 길로 들어서니 여기도 짙고 검은 나무 그림자로 길게 척척 걸쳐져 있어 그 길을 달리는 나의 얼굴에 明과 暗이 마치 흑백영화의 영사기 돌아가듯 "차르르" 교차하며 지나간다. 나무 그늘에 차를 세우고 호숫가로 나가보니 벌써 마음 급한 사람들 6~7명 정도가 가을을 잡으려고 사진기를 들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한쪽 구석 벼 익는 논에는 오리 4~5마리가 살찐 엉덩이를 흔들면서 "꽥괙" 소리를 내며 먹이를 파고 있다. 물 건너 맞은 편 먼산과 숲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니 나의 눈과 마음이 가을을 따라 맑아만 간다. 中原溪谷 길은 “찰찰찰” 흐르는 맑은 개울을 따라 양 옆의 논들이 벼 이삭을 "주렁주렁" 달고 입구에서부터 계곡까지 한 5~6킬로에 걸쳐 구불구불 나를 인도해준다 中原山에서 발원되는 이 개울 물은 늘 流量이 풍부하고 流速도 좋은 편이어서 개울 바닥의 돌들도 이끼가 낄 틈이 없어 깨끗한 흰빛을 띄고있고 또 이 덕분으로 예로부터 이곳이 매년 큰 자연재해 없이 비록 많지는 않더라도 그저 살아 갈 만큼의 좋은 쌀을 수확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가 되고 동시에 산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있어 비교적 戰亂으로부터도 안전한 그야말로 평화로운 동네라는 것을 농촌 일에 어두운 나도 금방 눈치챌 만큼 주변 자연환경이 소탈하기 그지없다. 이윽고 골짜기 안쪽 산기슭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속에 들어서니 바람은 산들산들 코스모스 위에 놀고 햇빛은 억새 강아지 끝에서 흰 솜털 빛나듯 흩날리는데 잠자리 뜨문뜨문 졸듯 깨듯 시간을 붙들고 있다. 나뭇잎 그림자 얼룩배기 울퉁불퉁 좁은 돌길 느릿느릿 오르면 가을은 별안간 폭포수 따라 시퍼렇게 흘러 나오고 힘찬 물소리 일시에 바람 되어 시원한 나무 그늘 밑 바위 위에 무심코 걸터앉은 나의 몸 속살갗까지 “보송보송” 파고든다 하늘에는 흰 뭉게구름 한 조각 눈이 부시다. 내려오는 길 짙은 陰影으로 헌칠 깊어진 숲속을 드니 비스듬히 잎사이 사이로 파고드는 밝은 햇빛은 어둠을 더욱 어둠 되게 하여 나도 몰래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헨델의 “라르고”를 다소곳이 숲속 안쪽 끝까지 불러보낸다 그리고는 숨을 가다듬으면 여기저기 “투둑” 떨어지는 꿀밤소리 “찌릿찌릿” 숨어 우는 벌래 소리 세상의 아무리 작은 소리조차 더불어 맑아져 淸凉하게 나의 귀를 밝힌다 가을은 과히 感覺的으로는 어디 한 곳 모자람이 없이 좋고 풍성한 계절이지만 봄하고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차분하게 만들고 더러는 고개를 떨구고 自己存在의 그림자를 길게 끌면서 이리저리 쓸쓸하게 방황을 하게도 만드는데, 이것은 무성한 초록의 나뭇잎들이 여름에 비하여 이미 힘을 잃고 어깨가 조금조금 처져 있는 데다가 지금부터는 어김없이 매일매일 해가 급격히 기울어지고 날이 짧아지며 점점 어두워지다가 결국은 이 가을이 단풍 그리고 낙엽과 함께 삭막하기 짝이 없는 춥디 추운 겨울로 기필코 떨어지고 말리라는 것을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 우리의 인생도 지금 가을인 것을……… 2003년 9월2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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