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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날이 일어나는 밥 기적(上)
이름   김건우 등록일   2004-09-23 오전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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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대구역을 나서서 왼편으로 삼백 미터쯤 가면 '요셉의 집'이라고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무렵에 문을 연 무료급식소이다. 하기야 백원씩 받고 점심을
대접하니까 완전히 무료급식소라고 볼 수는 없다고 우길지는 몰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찾아오는 손님의 자존심을 살리려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요일과 일요일만 쉬고 나머지날에는 어김없이 따뜻한 쌀밥과 국에다 반찬 서너가지
점심식사를 대접하는데 빈자와 행려자와 장애인 4~5백명이 양껏 먹고 원하는이는
저녁과 아침끼니까지 싸갖고 간다.

누가 이많은 사람들을 먹이나? 포항 예수성심 시녀회 수녀님 네분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음식을 장만한다. 밥짓는 쌀만도 끼니 때마다 한 가마니나 든다.
고정된 수입도, 예금도 없이 그 엄청난 먹을거리를 어떻게 마련하나? 쌀이 떨어질
만하면 용케도 쌀이 생긴단다. 1992년 12월에는 다음날 쌀이 똑 떨어져 걱정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생면부지의 어느 불자 부인이 좋은 쌀 열가마니를 갖고 왔더란다.
5년 넘게 이일을 해오면서 정말 쌀이 없어 생돈 내고 산 쌀은 딱 두 가마니였다니,
'빵의 기적'은 나날이 일어난다.
다만 언젠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마르 6,30-44)이
밥과 국으로 오백명을 먹이는 기적으로 변모했을 따름이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시오 내일은 내일대로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에는 그날
괴로움으로 족합니다."(마태6,34)라고 하신 말씀의 진실이 매일 실증되는 현장이
요셉의 집이다.

따라서 감동적인 일화도 많다.
해마다 추석과 설날이면 젯상을 차리고 합동으로 차례를 지낸 다음 떡국을 대접하는데,
올해는 설을 나흘 앞두고 제수와 떡국이 다 마련되었다. 가래떡 뽑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익명의 독지가가 한부대 잔뜩 뽑아왔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목사님 한 분이 자기 생신 비용 10만원을 갖고와서 미역국을 끓여 잔치를
벌였다. 가톨릭 성직자들 가운데도 이런 멋진 분이 계시냐고 여쭈었더니 묵묵부답,
아직은 멋쟁이가 없는 모양이다.
요셉의 집에서 점심을 드는 분 가운데서 가장 연로한 분은 1993 년 8월 대세를 받고
선종한 89세 할아버지였는데 이분이 생시에 수녀님들께 선물한 참기름 한 병은
두고 두고 이야깃 거리다. 최 소피아 분원장 수녀의 고향이 삼천포라 억양이
진주 사람들과 닮았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수녀님을 진주댁이라 불렀다.
할아버지가 며칠동안 구걸한 돈으로 손수 참깨를 사서 진짜 참기름 한병을 짜갖고 와서는
"진주댁, 나 곧 옥황상제한테 갈 거야. 그럼 옥황상제께 내세울 게 있어야지 않겠는가.
진주댁 처럼 귀한 분이 우리와 똑같이 참기름도 안 친 나물을 먹다니 말이 되는가"
하더란다.
이처럼 흐뭇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다.
1993년 연말 대구시 시장이 50만원을 주고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보도진 까지 대동하고
홍보를 한 것이 탈이었다. 어느 행려자가 찾아와서, 시장이 주고 간 돈을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대형 유리창을 박살냈다. ... (계속)

-정양모/신부/종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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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이 일어나는 밥 기적(上) 2004-09-23 김건우 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