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오래 전에 지고, 초여름에 걸쳐 늦은 가을 끝까지 창가에서 외로운 내 마음을 한없이 달래주었던 빨강,노랑,보라,하양 귀여운 얼굴 채송화도 11월초 붉은 단풍과 함께 기어코 그 命을 다하여 붉으스럼한 마른 줄기만이 남아 나를 쓸쓸하게 만드는데, 웬일인지 텅 빈 정원의 붉은 장미 서너 송이만이 아직까지 가느다란 향기를 흘리며 덩그라니 매달려 바람 결에 떨고있다
숲 한쪽 소나무 밑 그토록 집요하게 칭칭 감아 오르던 세잎(三葉) 넝쿨이도 이젠 맥을 놓고 목을 뒤로 젖힌 체 조릿대 가는 외줄기를 드디어 놓고 말았다.
모든 것이 다 땅으로 내려오고 적막만이 감도는데 앙상한 나무들은 서로 마주 보고 말없이 속삭인다 “이젠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는 듯이… 그리곤 그들은 다시 조용히 무언가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고개를 돌리면 문득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 잎이 먼저 앞장서 구르다가 텅 빈 가지 사이사이로 끝 자락을 내려뜨린 푸른 공간 속으로 흐르는 시간처럼 먼 길을 훌쩍 날아간다.
그러니 이 맘 때쯤이면 바람과 함께 千年古城에 올라 우리의 강토(疆土)를 보고 허물어져 내린 城壁 뭉크러진 바위 바위에서 너와 나를 마주보며 은은히 저물어가는 겨울 석양 속에서 투구 끝 금빛되어 함께 반짝이고 싶구나!
**초겨울은 暮景(夕景)이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잎 떨어진 나무의 갈색 가지가지,그리고 말라버린 풀잎 사이사이가 서서히 기울어가는 석양 빛을 받아 붉게 물들 때 온 세상이 온화하게 보이고 고귀함으로 가득찬다.. 우리도 더 세월이 지난 뒤에 이처럼 아름답게 저물어 갈 수 있을른지…… 잠시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긴다
2004년12월13일 씀
[나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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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冬暮景
2004-12-18
姜孟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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