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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 세상에서 청개구리가 되어...
이름   이지욱 등록일   2010-10-14 오후 6:18:00
e-mail   leejiuk@online.ru
내용
가을이다.

한해살이 풀이 붉으죽죽 탈색이 되어있다.

인생은 한해살이 풀의 겨우 80 배 밖에 안 된다.

인생 육십이면 3월초에 난 한해살이 풀로는 11월 말이다.

석달 안에 쓰러질 목숨이다.

여운이 남는다.

왜 이리 세월이 빠른고?

그간 뭘 했나…..

그러나 60이 짧다고 말할 수는 없다.

32년의 삶에도 꺼지지 않는 빛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분도 있다.

즐거운 추억도 뼈아픈 추억도 있다.

시골 초등 2년을 마치고 대구에 나와 반년을 학교 진입을 못하고 연탄구루마를 뒤에서 밀면서, 책보따리를 들고 학교에 가는 애들을 부러워 하던 일…

추운 겨울날,다른 학교 문방구(우리 신천은 학교 앞 문방구가 없었다) 앞에서 미리 가 문 열릴 때까지 두시간이나 쪼그리고 앉았다가 생전 처음 사보는
“모범전과 -5학년"을 품에 안고 손가락을 떨며 책장을 넘기던 일,
중학교 때, 친척집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성경책을 펼쳤을 때,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
로 시작되는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을 접하는 순간! 망치로 두드리는 것처럼 쿵쾅거리는 심장을 제어치 못하고,
"이 분이 신이 아니라도 좋다. 이런 말씀을 할 수 있는 분은 목숨을 바쳐 섬길만 하다"고 부르짖던 일. 그 어떤 설명도 설교도 필요 없었다. 그 말씀은
문자그대로 내 골속에 직입(直入)되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200년전만 일찍 태어났으면 나처럼 설교없이 성경을 읽고 감동했다 떠들었어도 정약종처럼 서소문 밖에서 망나니의 춤사위에 목이 뎅그렁 달아났을 것이다.

내 인생의 처음 35년은 그런대로 잘 나갔다.
고등학교 때 우산대로 종아리를 맞다가 돌아서서 아버지께 가슴에 못박을 말을 하며 대들었어도 천벌을 받지 않았다.
오만방자하여 천지를 모르고 깨춤도 추었다......
27세에 주례를 서고난 뒤(대우 생산직 직원이 막무가내로 주례를 서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부산예식장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신랑을 앞에두고
주례를 섰다) 그날 밤 내가 한 주례사를 이불 속에서 되씹으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가슴을 두드리며 기괴한 짐승소리를 내어 집사람을 놀래킨 일...

그런데 그 다음 인생 25년은 급전직하-- 꼬이고, 밟히고, 추락하는 인생이었고 지금도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신에게 감사할 일 밖에 없다.
동토에서 간발의 차로 비켜간 죽음들도 수차례, 이제 모든 끈이 다 끊어져 나가버렸다, 내 이름을 생각하기조차 싫다고 생각한 순간 찾아오는 자살의 유혹, 160 바늘을 꿰매야했던 수술, 그럼에도 나는 아직 육신이 멀쩡하다.

뼈아픈 회한은 끝까지 가려나?
물론 알량한 관직, 허울좋은 명예에 대한 미련은 일찌감치 버렸다.
친구들에게 지키지 못했던 그 수많은 약속,
식구들에게는 정말 면목이 없다.
휴일이 일주일에 한번 이었을 때도 늘 일에 치어 나가며 마누라에게 "나중에 시간있고 돈 있을 때, 좋은 곳 실컷 다니자"고... 나중에, 나중에,나중에는 결국 부도처리가 될 것 같다.
세 아이에게 그 흔한 과외 한번 못 시켜주고 '나는 과외 한번 안 하고도 좋은 학교 다녔다'로 떼우다가 이제 급기야는 빚걱정을 하는 애들에게
"우리나라에는 재산상속포기, 한정승인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어 빚은 대물림 되지 않으니 걱정마라"고 말하는 뻔뻔스러움의 극치..... 결혼식 예물 걱정을 해주는 아버지들과 어찌 대비가 되지 않으리요?
"당신은 내 인생을 좀 먹었다"고 하는 아내가 얄밉기는 커녕 측은해 보인다.

내가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내가 도움을 준 사람보다 세배는 넘는다.
내가 도움을 준 회수는 받은 회수의 5분의 1도 안 된다.
이걸 적자인생이라 해야하나 흑자인생이라 해야 하나?
얼마 안 있어 나는 요단강을 건널지, 속칭 황천강을 건너 누구처럼 목말라 한 모금을 마시고 이생의 일을 깡그리 잊어버릴지, 아니 아마도 그 이전에 치매가 와 다 잊어버릴지,
불교의 가르침대로 45억 7천만년동안 흙속에 묻혀있다 미륵이 환생할 때 다시 태어날지, 윤회의 덕을 입어 다른 별에서 미물로 다시 태어날지 모른다.
황천강물은 한 말을 마셔도 이승의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절대자 앞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내 죄를 샅샅이 아뢴다면, 나는 아무리 후한 처분을 받는대도, 다른 별에서 청개구리로 태어나 이승의 한을 달래며 끝없이 울 것이다.
"개골,개골,개골......"


[나도 한마디]
노타이  그래도 지욱선생의 글 속엔 그 모든 고난을 포용하는 두터운 넉넉함이 묻어 나오니, 비록 인생을 좀먹었다곤 표현하나 인내와 희생으로 일관한 부인과 자네보다 잘난 자녀들 때문이 아닐까.., 지욱아 그동안 고생 많았지만 넘 걱정은 말아라. 너한텐 누구보다 훌륭한(소중한) 가족이 있음을 잊지 않으면 된다. 2010-10-20 오전 9:34:00 x

오중관  소생 경고합격나니하고 주위에서 본격적으로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라고 믿게했다.비록 그 왕은 항상 설움의 땅이었다 그러나 말석으로 경북고등합격한 것 후회없다.태생부터 왕인 지욱이가 내동기니까 남북통일되면 철도로러시아가서 보드카는 안되고 25도짜리 소주한잔하자 아직은 19.5도 소주는 영 싱겁다 2010-10-16 오전 6:05:00 x

도명(濤鳴)  친구여! 우리나이가 되면 한번즘 삶을 회고 해 보는가 보이.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었으니 마음편히 가지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게나 ! 덕분에 '석류의 계절' 즐감 하였다네. 2010-10-15 오후 5:11:00 x

봉영 .  히야~!! 지욱이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매 그 청개구리 근처에는 두꺼비도 한마리 얼쩡거릴 낀데 그건 바로 내지 싶다. 2010-10-15 오전 2:20:0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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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세상에서 청개구리가 되어... 2010-10-14 이지욱 1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