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류회장이 240차 기념산행을 사량도 지리망산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저으기 염려가 되었다.오래전 한번 종주산행를 했었으나 날카로운 암릉과 아찔한 벼랑길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 염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류회장이 준비한 맛있는 아침 찰밥을 먹으면서 창립20주년 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회원 모두 오랫만에 새벽 같이 출발했지만 모두 유쾌하고 가벼운 흥분에 반가운 인사가 오갔다.
통영 가오치 선착장에 제 시간에 도착했으나 예약한 우리 백발회를 새치기하여 승선한 팀이 있어 우리가 자칫 승선을 놓칠 우려까지 생기자 의리의 사나이 성정경 총무가 노발 대발 "배에 새치기 승선한 사람들 모두 하선시켜라"고 엄포를 놓아 겨우 동승을 할 수 있었다. 푸른 바다 위에 쏟아지는 따사한 봄볕과 시큼한 바다내음, 배뒤를 따라오는 갈매기들 , 오랫만에 정취를 잠시 누려보는데 배는 사량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같이 싣고온 버스를 타고 구비구비 고개를 돌아 산행 시발점인 돈지를 향해 가는데 지리망산의 암석과 봉우리가 눈에 들어 오고 수묵화를 보고있는 듯 경탄이 절로 나온다. 잠시 최근 일본 대지진과 과거 중국 여행시 보았던 누런 황토 개울을 떠올리면서 과연 우리나라는 복받은 땅이고 금수강산에 산다는 고마움이 새롭게 느껴졌다.
드디어 산행 시작, 나는 산행 정상조를 맡겨 놓아 좀 부담이 되었다. 혼자 다닐 때는 몰랐는데 회원들 산행 안내와 안전까지 신경써야 하니까 이제 완연한 봄을 넘어 산행하기가 좀 덥기까지 하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안부에 도달하여 땀을 식히는데 하나 둘 회원들이 이어 올라온다 올망 졸망 바다에 떠있는 섬들을 보며 모두 감탄사를 내뱉는다.
본격적인 암릉산행이 시작되며 슬슬 겁이나기 시작한다 그간 나도 산행에 대한 '외공'은 좀 쌓아서 오르는데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는데 본래 고소공포증 때문에 벼랑길이나 절벽 옆은 지나기 싫다 과거 등반의 기본을 익히고자 실내암장에 2달정도 교육 받은 적 있는데 실제 자연 암벽 등반은 포기 했다. 역시 고소 공포증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젠 어지럼증 까지 겹쳐 벼랑길을 지날 땐 저으기 추락할까 걱정이 된다. 초입부 암릉은 다행이 우회로로 돌아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웬걸 이젠 아에 양날 벼랑길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이제와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마침 류회장이 옆을 지나길래 용기를 내어 네발로 기면서 겨우 지리망산 턱밑아래 안부에 몸을 올리고 나니 팔다리가 흙먼지로 뒤덮이고 몸은 해삼처럼 흐물거린다. 산행대장을 맡은 내가 이꼴 이라니..정말 혼쭐나고 망신살이 뻗친다.
지리망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상황실토를 하니 부인들 한테서 '나이에 장사 없다'고 비아냥이 들려온다.평소 내가 속보산행한것이 불만이었나? 하산하면서 다시는 안올 것이라고 다짐하는 마음이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한잔이 그래도 즐거운 추억으로 바꾸어 주는 것 같다
김건우 동기 반갑다. 외공뿐만아니라 내공도 높은 산행고수로 알고 있었는데, 고수도 약점이 있나보다. 벼랑길을만나 쩔쩔매며 네발로 기는 모습 상상하니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정상에서 상황실토로 위신추락불구, 인간적점수는올랐을듯, 여운이 긴 산뜻한 글 잘읽었다. 류회장에게만 맡기지말고 가끔 글 올려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