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 한 50년간 벼루고 별렸던 벚꽃 구경이라 너무나 큰 기대감과 빛바랜 희미한 추억속에 잔뜩 잠겨서 이른 새벽 동이 트자마자 긴 터널 속으로 빨려들듯 달려 들어가 환한 벚꽃의 나라 鎭海를 다시 보았다.
워낙 어릴 때 일이라 어디가 어딘지 잘 알수는 없었지만 그날 그때 부친의 손에 이끌려 보았던 진해역앞 광장과 그 일대의 거칠은 황토길,날리던 흙먼지,시커먼 증기기관차의 화통처럼 뜨거운 태양,벚꽃나무의 검은 그루터기 그리고 흰벚꽃과 함께 환하게 웃던 친척들의 얼굴들은 뚜렷히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진해역 앞과 시가지 전체는 깨끗하게 잘 포장되어 무척이나 말쑥하게 보여서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으나 웬일인지 驛舍의 크기만큼은 그때와 같이 조그맣게 조초롬 서있어서 다행히도 나의 추억풀기에 크나큰 안도감을 가져다 주었다.
鎭海는 듣는바 명성 그대로 시가지 전체가 벚꽃으로 덮혀 있다. 이중 장복산의 벚꽃은 시원한 드라이브길을 따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펼쳐져있었고, 또 해군작전사령부의 벚꽃은 차를 타고 천천히 길 양옆에 주욱 늘어서있는 벚꽃과 해군병사들을 동시에 사열하는 분위기이어서 참으로 엄숙하고 진지하게 돌아보았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余佐川邊의 벚꽃길이었는데 진해에 벚꽃놀이 가는 분께는 꼭 이곳만큼은 둘러 볼것을 권하고 싶다
<余佐川에서>
하늘은 맑고 푸르고 햇빛은 이리도 빛나는데 그 환한 벚꽃다발 다발들은 개울 위를 가득 덮어 꽃터널을 만들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뜬구름처럼 가지가지 너울대며 조그만한 다리 난간에 홀로 기대선 나의 마음을 無心하게 사로 잡는다
우수수 떨어지는 연붉은 꽃잎들 빙그르 나선 그리며 함박눈 처럼 쏟아 흩날려 다리밑 개울 양쪽옆 바닥에 모자이크되어 점점히 뿌려져 있고 그 가운데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꽃잎 잔뜩 풀어 섞어 물씬물씬 바다로 띄어 내려보낸다
발길 닿이는 곳곳 구석진 틈틈히 연붉고 흰 꽃잎 소복히 쌓여 여기 서있는 것 자체가 그저 애틋하고 妙하고 아름답구나
꽃빛에 배이고 물들어 개울옆 구석에 세워 두었던 車로 돌아와보니 車도 오늘따라 연지곤지 새색시되어 수줍은듯이 벚꽃잎 여기저기 찍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피고 함께 지는 벚꽃이란 참으로 妙하여 바라볼땐 정말 화려하고 좋지만 그렇다고 자고로 이를 소재로 한 노래나 시도 별로 보고들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나 자신의 경우에도 딱 뭐라고 꼬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心中에 와닿아 그저 無心하게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는데 물론 이 벚꽃이 우리와 별로 사이가 좋지않았던 이웃나라 日本의 國花이기도 한점이 큰 부담으로도 작용하였겠지만 무엇보다도 이꽃이 상처받기를 일체 거부하고 노쇠하여 빛깔이 트릿해지기 전에 미리 봄바람에 날려 떨어져버리고 마는 너무 까탈스러운 순백한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또 무수히 떨어지는 꽃잎은 슬픈 사람들 눈에는 흰 喪服처럼 그리고 짧은 存在의 有限性을 상기시켜 하염없이 슬프게 보이겠지만 기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과 환희의 흰 꽃비처럼 느껴질터이니 아마도 벚꽃에게는 이런 喜悲의 兩面性이 동시에 보여서 우리를 애틋하게 만들고 차마 말을 함부로 끄내지 못하게 하는 것같다. 비슷한 시기에 滿開하여 크고,두텁고,濁한 흰색의 꽃들과 조금조금 상처를 받다가 떨어져서까지도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木蓮꽃 조차도 이를 찬미하는 노래나 시가 적어도 몇정도 있다는 것을 알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이 벚꽃이라 하겠다
余佐川에서 시작하여 또 다시 余佐川에서 벚꽃구경을 마무리짓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전에 서둘러 鎭海를 빠져나와 이번에는 바로 옆에 있는 馬山으로 달려가 44년전 한 2년간 살았던 우리집을 찾아보았다. 이미 그동네는 옛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탈바꿈되어 있었고 어렵사리 기억을 되살려 찾아낸 그집은 방금 조그마한 3층 건물로 새롭게 단장되어 아이로니칼하게도 "대박 로또복권"이라고 크게 간판이 내걸고 있어서 시대의 변화를 극렬하게 보여주고 있었다.또 어릴때 나의 눈에 그렇게 크게 멀리 느껴졌던 동네길들이 오늘은 왜 그렇게 좁고 짧게 보이는지 그저 어리둥절하였다. 매일 학교에 다녀올 때 동네 뒷편을 돌아 걸어다녔던 철뚝길에도 가보았는데 간혹 용기를 내어 氣車가 오지않는 틈을 타서 그저 무서운 재미로 건너보곤하였던 鐵橋도 오늘은 그때와는 달리 왜그렇게 짧고 작게만 보이는지... 철뚝 밑의 유명한 몽고샘은 그자리에 여전히 있어 말없이 역사를 지키고 있었고 학교로 가는길 철로 양편에는 옛날과 다름없이 이름모를 초록색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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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따라,追憶따라...
2003-04-08
姜孟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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