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일요일, 충남 서산의 開心寺와 安眠島 꽃지해변에 가보았다. 우리 동네는 이미 철쭉과 모란이 만개하여 절정을 이루고 있는지라 그 다음 장미가 필 때까지는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다--그동안은 정말 숨가쁘게 봄꽃들이 연이어 피었다--마침 관광상품권이 하나 있어서 차제에 이것으로 安眠島 꽃지에 있는 사우나에나 가서 봄날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 하루 여행코스를 선택하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안개 때문에 앞이 조금 뿌옇게 보여서 찌부둥한 마음으로 출발을 하였는데 막상 開心寺 입구에 내려서니 웬걸 산뜻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쑥 들어와서 일시에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이 아닌가! 비온 뒤라 땅은 촉촉히 물기를 머금고 있고,개울물은 바쁘게 소리내며 흐르고,키큰 멋쟁이 소나무들이 이곳저곳 긴다리를 내보이며 멋진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주위의 온통 갓 새로 돋아난 초록잎들과 한들한들 함께 호흡을 같이하면서 가파른 산길을 느릿느릿 걸어 오르니 어느덧 큰길이 나오고 이 길을 다시 한번 크게 돌아 들어서니 드디어 눈앞에 작고 아담한 開心寺 기와지붕이 숲사이로 나타났는데 아.. 이거 참 묘한 것이 무슨 휜색꽃을 주렁주렁 매달은 벚꽃나무같은 것이 좌측으로 두그루나 서있어서 "이미 벚꽃은 다 졌을 텐데...".하며 다가가 자세히보니 벚꽃같기도 하지만 꽃잎이 워낙 겹겹이라 "무슨 꽃일까..?" 뒤돌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절 건믈 정면으로 들어서니 어! 이거 여기는 굳이 눈을 들고 올려볼 필요도 없이 바로 코 앞에 온통 분홍색 꽃다발을 잔뜩 길게 매달은 굵은 나무가 4~5그루 석축으로 쌓아올린 절앞 공간을 꽉 메우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도 신기하여 요리조리 살펴보니 조금전에 본 흰꽃과 똑같이 겹겹으로 여러장의 꽃잎이 한송이의 꽃을 이루고 또 이꽃이 여럿모여 작은 꽃다발을 이루고 다시 이 꽃다발이 여럿모여 큰것은 직경 약 18cm정도의 둥그런 연분홍 꽃덩어리를 만들어 푸른잎이 미처 돋아나지도 않은채 휘청거리는 밋밋한 긴가지에 여럿이 간격을 두고 줄줄이 매달려 초파일 蓮燈처럼 바람에 흔들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때 마침 사진을 찍으러 나온 스님이 있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스님 저 꽃이름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더니 그저 잔잔하게 "벚꽃입니다"라고 대답해와,과거에도 절에 가서 여러번 그곳에 피어있는 꽃이름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번번히 "잘 모르겠다" 하는 답변만 많이 들었던 기억도 있고 하여, "정말 그런가..?" 하고 반신반의하였는데 일단 절안을 이리저리 돌아보고 난뒤 다시 이 꽃을 보러 나왔더니 이번에는 그 스님도 이쪽으로 자리를 옮겨와 카메라를 다시 설치하고 있길래 시치미를 떼고 또 한번 더 물어보았다. "저기저 올라오는 길 왼쪽에 희게 피어있는 두 그루의 나무도 벚꽃입니까?"하였더니 다시 담담히 웃으면서 "그것도 벚꽃입니다"하고 대답하여주어서 "아.. 이놈들도 틀림없이 벚꽃의 일종은 일종이구나..."하고 비로서 믿음을 가지게되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전에 인터넷인가 어디선가 "좀 늦게피는 벚꽃이 있다"하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본것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아무튼 그때는 "뭐 벌써 철이 지났는데 늦게 피는 벚꽃이 피어본들 무엇이 그렇게 대수이겠느냐?" 하며 가볍게 여기고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는데,오늘은 생각치도 않고 기대도 하지않은 이곳 開心寺에서 이렇게 싱싱하게 활짝 피어있는 늦벚꽃을 보게되었으니 그야말로 운수대통--都會地생활을 하면서 어떤 꽃이 어디에 싱싱하게 滿開한 때를 딱 맞추어 찾아 가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大魚를 낚은 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이 늦벚꽃이 보통의 홑잎 벚꽃보다 그 빛깔이나 모습이 굳이 더 매력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더라도 이꽃이 바로 이 開心寺에서는 석가탄신일인 사월 초파일 전후로 피는데다--금년은 비교적 따뜻하여 개화가 일주일 정도 빨랐다 한다--둥그런 연분홍빛 꽃덩어리가 이날 사용하는 연등과 비슷한 느낌을 주어 그야말로 "때"와 "곳"과 "뜻"을 딱 맞추어 존재하는 신기한 행태를 보이니 아마 다른 데라고 이 늦벚꽃이 없지는 않겠지만 여기만큼 오래되고,꽃이 크고,가까히 볼수 있고, 또 주위의 모든 것들과 잘 어울리는 곳은 아마 없지 않을까..하고 생각된다.
부처님 오신날 붉은 연등처럼 동그라니 오밀조밀 활짝 모여피어 봄바람에 조용히 흔들거리는 늦벚꽃 꽃다발,꽃덩어리들... 이 어이 오묘하지 않을까.. . 이곳에 오늘 함께 오신분들 부디 운수대통 開運,開心하길 바란다
내려오는길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맑고 작은 연푸른 새잎들이 날으는 새떼처럼 공중에서 파득이고 있었다
이렇게 첫출발이 좋으니 다음 일정이야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그저 푸근한 마음으로 安眠島
[나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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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心寺 늦벗꽃
2003-05-03
姜孟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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