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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 술잔엔 눈물이 반 ......
이름   추연수 등록일   2005-05-13 오전 11:01:00
e-mail   choosine@yahoo.co.kr
내용
아버지 술잔엔 눈물이 반 ...

헛기침만으로도 위엄을 세우고,

돈을 못 벌어와도 무시당하지 않고 살던 아버지는 이제 없다.

아이에겐 친구처럼 잘 놀아주는 아빠여야 하고,

아내에겐 양성 평등한 남편이어야 하며,

직장에서는 잘리지 않고 잘 버텨야

괜찮은 아버지란 소리를 듣는다.

이제 가장이란 부담과 권위의 갑옷은 벗고

가볍고 따스한 사랑의 옷으로 갈아입어보자.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눈물이 반이다.

…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중에서


밤 11시.

김영수씨(50·자영업)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집에 들어선다.

아내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에게 푹 빠져 고개도 안 돌린 채

“왔수?”라고 건성으로 인사만 건넨다.

자기 방에서 MP3로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 채팅을 하느라

아버지가 귀가했는지도 모르던 대학생 아들은

방문을 여니 고개만 까딱한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한쪽 귀고리.

“사내자식이 그게 뭐냐”는 말이 어금니까지 차 올랐지 만 꾹 참는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고등학생 딸이 학원에서 돌아온다.

그가 돌아왔을 땐 본 척도 않던 아내는

“아유, 고생했다. 배 고프지? 뭐 먹을 거 줄까” 하며 아이에게 달려간다.

그제야 내일 막아야 할 어음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저녁도 못 먹은 게 기억난다.

딸 곁에서 한 숟가락 뜨고 싶어도

“여태 밥도 안 먹고 뭐했냐”는 잔소리를 듣는 것이 귀찮아

쓰린 속으로 잠자리에 든다.



잠이 올 리 없다.

내일 막아야 할 돈도 다 못 구했는데 ….


“밖에서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오면 위안을 받고 싶지요.

그런데 집에서는 마치 내가 ‘투명인간’ 같아요.

가족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어쩌다 눈에 띄어도 왕 따지요.

마누라와 자식 먹여 살리느라 하루 종일 땀 흘리는데

그걸 알아 주기는 커녕 인사조차 못 받으니 …

불경기라 회사는 어렵고, 집에서도 웃을 일이 없고…

담배나 한대 피우려고 베란다에 서 있으면

가끔 떨어져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요.”


“아버지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가정의 달 5월.

CF에선 가족들이 사랑 가득한 표정으로

“아빠, 힘내세요”라고 노래하고

어깨가 축 처진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안쓰럽다는 듯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며 남편의 손을 이끌지만

정작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이면서도 제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버지.


2005년 봄,

대한민국 뉴스에 등장한 아버지 관련 기사를 보자.

남편 3명 중 1명은 아내에게 폭력을 당한다(여성부 통계자료),

남성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여성은 5명 중 1명이다),

40대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의 4배...

(우울증은 여성이 남성의 10배가 넘는단다),

고교생 아들의 성적부진을 비관한 아버지,

온 가족 동반자살(아들만 살아났다) …

존경스럽기는 커녕 멀쩡한 아버지를 찾기도 힘들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봐도

‘전원일기’의 김회장처럼 당당하고 위엄 있는 아버지는 없다.

밥상에서도 마누라 눈치 보느라

맛있는 반찬에는 젓가락도 못 대고(‘신입사원’),

생업전선에 나선 아내를 대신해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불량주부’) 등

무능하거나 푼수로 그려진다.



한 남성심리학자는

“남성들은 후기 자본시대라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것도 앞으로 내뻗은 한쪽 발은 바나나 껍질을 밟고 있다”고 했다.

내디딘 발에 힘을 주는 순간,

직장이건 가정이건 어이없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40~50대 중년층인 아버지들.

헛기침만으로도 위엄을 세우고

돈을 못 벌어도 무시당하지 않고

바람을 피우고도 당당하게

아내에게 따뜻한 밥을 얻어먹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취직한 후엔 앞만 보고 달리며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겠다고

사회의 온갖 수모를 참아온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영광의 트로피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싸늘한 시선뿐이다.



직장생활도 잘 버텨야 하고

가정에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여야 하고

장보기도 함께 하고 설거지 정도는 기본으로 하는

양성 평등한 남편이어야 겨우 괜찮은 아빠란 소리를 듣는다.

물가보다 더 높게 오른 것이 아버지에 대한 기대치인 것 같다.




- 중년 남성의 자살률 여자의 4배.

한 성형외과의사는 요즘 10년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예전의 그는 정말 바빴다.

방학이

[나도 한마디]
김건우  김건우: 글을 보면서 부화가 치민다. 내 처지와 유사해서도 아니다.-'가장'이란 부담과 권위의 2005-05-18 오후 12:13:0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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