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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1회 故 이재봉 동문을 보내며
이름   sunday 등록일   2005-08-25 오후 7:41:00
e-mail   nsunday@hanmail.net
내용
다음은 지난 8월 22일 51회 산악회장인 회계사 이재봉 동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어, 우리 동기 중에서도
아는 이가 많아, 같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뜻에서 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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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회 故 李在奉 동문을 보내며
-준비되지 않은 이별


“아이고! 새끼야, 내 새끼야, 금쪽같은 내 새끼야!”

“니가 보고 싶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라꼬… 흑흑흑”



하늘도 을씨년스러운 處暑 다음 날 아침 여덟 시경, 잿빛 구름만 무심

히 내려다보고 있는 장례식장 허허로운 앞마당엔, 老母의 쓰러질 듯

잇단 절규 속에 이곳저곳 작은 흐느낌들도 파묻혀서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무게도 힘도 하나 없는 듯한 影幀이 앞서며 관이 영구차에 실리

고 있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소쩍새 목청처럼 피 맺히게 토해내는 그 언어들은

어쩌면 죽은 에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대는 철없는 어린 것의 울음을

닮았기도 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해 보이는 해맑은 생전의 그의 모습, 검은 띠가 둘러

처진 그 影幀, 그림자 같은 삶의 한 순간 위로 내 축축해진 눈망울도

차마 치뜨며 바라다보질 못하고 힘없이 풀썩 내려 감기고 만다.



하이얀 얼굴보다는 벌겋게 충혈 된 수줍음이 더 낯이 익던 산꾼,

밀밭 근처에만 갔다가도 취해 비틀거리며 오던 술꾼,

손끝마다 다부진 결심과 옹골찬 마무리가 어우러지던 일꾼,

얼마 전 처음 갔던 금강산에서도 여느 때처럼 그의 어깨엔 선녀와

자식들을 짊어지고 다니던 맑은 눈빛의 나무꾼….



드디어 감은 눈 환한 망막 위로 온갖 그리움이 내리 꽂힌다. 산산이

흐너져버린다.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바람이 세브란스병원을 빠져나와 금화터널 쪽으로 우루루 몰려

간다.

그 위에 바스라지는 가을빛 같은 여린 想念은 길가 나뭇가지 끝 지즐

대는 쑥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져 주질 못하고…


“주님 귀 기울이시어 들어 주소서, 당신의 품으로 안긴 ‘李 요셉’을

내치지 마시고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옵소서”




장례미사가 올려지고 있는 '서교성당' 안에는 안타까움과 회한이 성가

소리와 한데 어울려 창밖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맴돌고 있는 듯 했다.

‘사랑의 확인은 늘 그렇게 살아 있을 때보다는 죽고 난 다음이라야

가능하다던가?’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이별 끝에 저 푸르던 하늘도 놀이 지나니, 더러는 가슴에 못 다한 말

들이 저녁강가에 잘디잔 물비늘로 되살아나기도 하겠지요!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던가

죽고 살고 오고 가는 우리네 죽살이도 모두 그와 같을거나!



못내 하 그리워도 먼 기약조차 할 수 없다면

여윈 뉘 길이라도 되어 뒤척일 수 밖에는요

내 차마 약속이 되어 찾아 나설 수 밖에는요. /슬픈 약속-본인 작



성당을 떠나간 영구차가 저쪽 길 끝으로 사라지고 아침공기를 울리던

울음소리들이 여태도 귓전을 환청으로 맴돌고 있다.



그대 떠나간 지상의 한 모서리가 이명같이 멀기만 하다.




南淳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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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회 故 이재봉 동문을 보내며 2005-08-25 sunday 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