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요즘 계속 뒷걸음을 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또다시 IMF사태가 오는 게 아닌가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IMF 사태—요건 진짜 Moratorium에 비하면 애 장난이요. 찻잔 속의 태풍이다. 나는 1997년 8월 IMF 터지기 몇 달 전 러시아로 떠났는데 그 해말 IMF가 터지고 한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로부터 IMF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다음 해 가을 러시아는 Moratorium을 선언했다. 나는 그저 “아하 IMF유사한 게 여기도 터졌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시스템이 돌아갔다. 다만 환율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나는 당시 한국산 섬유원단과 일부 소가죽 원단을 매월 몇 컨테이너 식 들여다가 모스크바 인근 봉제공장, 섬유도매상, 우크라이나 등지에 공급하고 있었는데, 자재 값이 들어오면 모아서 한국 섬유공장에 부치곤 하였다. 나는 달러로 가격을 책정, 팔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루블로 환산해 더 받으면 되었다. 두어 달 문제없이 흘러가던 와중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원단 값으로 보낸 20 여 만불이 은행에서는 한국으로 부쳤다 하고 한국선 못 받았다 하고…… 내가 당시 거래하던 은행은 국립 Sber bank 빼고는 가장 큰 Incom bank였는데 이들이 꿀꺽하고 돌려주지 않는 것…… 전화로 독촉하거나 창구에 찾아가면 곧 해결된다, 해결된다 하면서 수주가 흘렀다.
어느 날 나는 “오늘은 가서 책상을 뒤엎든 무슨 수를 내어야겠다”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그날은 아직도 기억하는데 아침 기온이 영하 36 도였다. 그런데 은행에 도착해보니 내 앞에 긴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 은행은 셔터 문이 내려져 있었다. 줄이 100 여 미터는 되어 보였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으나 발이 시려 가만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싸락눈은 계속 내리고……그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기껏 우리나라 돈 1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연금으로 받아 은행에 맡긴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겐 생명줄인 그 돈을 은행이 지급정지하고 주지 않는 것이었다. 최저예금보장? 그런 제도는 아예 없고 “배 째라” 였다.
그 다음 날도 가봤지만 똑 같은 모습이었다. 한국 같으면 누가 은행에 화염병이라도 던졌으련만…. 그런 나날들이 1주, 한달….. 계속되었다. 원단 도매상들 중에도 갑자기 문닫고 도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국에선 원단값 독촉이 빗발치고….. 다시 돈을 모아 부치려는데 은행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니 환치기라는 원시적 방법을 이용하고, 이 환치기도 일단 달라로는 바꿔야 하는데, 환전상에서는 가끔 위조지폐를 섞어주기도 하고…. 나중에는 환치기 중개업자가 돈을 횡령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차츰 나도 궁지에 몰렸다. 드디어는 공과금이 밀리고, 월세까지 밀릴 지경이 되었다. 여기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러시안 룰렛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해결하지 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집세를 내지 않으면 전기,수도 끊고 문을 밖에서 또는 안에서 잠궈 버린다. 이 방법은 기업간에도 통용된다. IKEA는 한국서 점포를 내기 훨씬 전에 모스크바 외곽에 큰 매장을 내었다. 장사가 잘 되니 러시아 땅 주인이 IKEA에게 토지사용료를 올려달라 했다. IKEA는 10년간 인상 않기로 계약상에 명시되어 있지 않느냐 해서 재판에서도 이겼다. 그러자 땅 주인은 전기를 끊었다. IKEA는 촛불을 켜고 영업해야 했다.
나는 집주인이 바깥서 못질해버려 SOS가 필요한 상황.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시 전화를 이용해야 했는데 다행히 전화선은 끊기기 전이었다. 믿고 따르던 기사에게 빨리 와서 물 몇통과 라면, 쌀 몇 봉지를 구해 창문으로 두레박에 달아 8층까지 올려라 해서 버티었다. 나의 처지는 약과…. 바로 윗 층에서 총소리가 났다. 나중 알아보니 단돈 100 불 빌려간 돈 안 갚는다고 총으로 쏴 죽인 케이스였다.
지금 김정은이 핵실험과 ICBM실험을 하고 나서 보수를 자처하며 자체 핵무장을 들먹이는 인사들이 너도나도 등장하고 있다. 이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이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 들면 자동적으로 국제 제재에 돌입하게 된다. 여기엔 우방도 비 우방도 차별 없다. 그럼 우리 경제체제가 국제 제재를 받고도 견딜 수 있나? 어림도 없다. 찻잔 속의 태풍인 IMF사태 정도야 각오하고 있겠지만 진짜 Moratorium 같은 초강력 태풍이 온다면 과연 감당 가능하겠는가?. 굶어 죽는 사람? 그건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 뒷감당 생각 않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핵무장으로 안보리에서 경제제재 선언하면 일주일 안에 “잘못 생각했다! 항복!” 무릎 꿇고 빌 정부가 우리 정부다. 진짜로 핵무장을 하려면 조용히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하는데 박정희 대통령도 시도했지만 못 했는데 허약한 문민정부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진짜로 핵무장을 하려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하나는 북한의 핵을 훔쳐오든지, 뺏어오든지…. 둘은 미국핵무기를 갖다 놓는 방법……. 얘기가 옆길로 샜다. 다만 Moratorium은 진짜로 피해야 할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