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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별(離別)
이름   봉영(峰瑩) 등록일   2026-07-04 오후 10:17:00
e-mail   jamespama@hanmail.net
내용








離別(이별)







      간밤에 비 그치자 묵향(墨香)은 잠이 들고
      거문고 줄을 잃고 창가에 기댔는데
      고운 임 피리 소리는 홀로 담을 넘누나

      대나무 그림자는 담벼락에 부서지고
      매화꽃 짙은 향기 찻잔에 가득한데
      멀리서 우는 물새는 떠날 때를 아느니

      장부(丈夫)의 품은 뜻은 문갑 위에 놓아두고
      붉은 마음 빈 가슴에 베갯잇도 젖었는데
      혹여나 서운해 할까 돌아눕지 못하네


      만남도 옛일이요
      이별도 옛일이라...

      봉영(峰瑩)












    봉영(峰瑩)의 칠언배율(七言排律) 이별(離別)


    夜雨初晴墨氣眠 琴絲已斷倚窓前 佳人獨笛聲踰苑 竹影微搖碎壁邊

    梅馥猶濃盈茗椀 水禽啼遠告歸年 恐君生恨難回首 不易丹心濡枕筵

    長夜深沈情轉切 呑聲嗚咽淚如泉 丈夫懷志安頭在 會散由來摠古緣





      夜雨初晴 墨氣眠;(야우초청 묵기면)

      밤에 비 그치고 날이 개니 먹의 향기는 잠이 들고


      琴絲已斷 倚窓前;(금사이단 의창전)

      거문고 줄은 이미 끊어져 창문 앞에 기댔는데


      佳人獨笛 聲踰苑;(가인독적 성유원)

      고운 님이 홀로 부는 피리 소리는 동산을 넘는구나


      竹影微搖 碎壁邊;(죽영미요 쇄벽변)

      대나무 그림자는 미풍에 흔들리며 담벼락에 부서지네



      梅馥猶濃 盈茗椀;(매복유농 영명완)

      매화 향기는 아직도 그윽하게 찻잔에 가득한데


      水禽啼遠 告歸年;(수금제원 고귀년)

      물새들이 멀리서 지저귀는 소리는 돌아갈 때를 알리네.


      恐君生恨 難回首;(공군생한 난회수)

      그대에게 한이 생길까 두려워 차마 고개 돌려 바라보지 못하고.


      不易丹心 濡枕筵;(불역단심 유침연)

      변함없는 붉은 마음은 베개와 대나무 자리를 적시네.



      長夜深沈 情轉切;(장야심침 정전절)

      긴 밤이 깊어갈수록 정은 더욱 간절한데


      呑聲嗚咽 淚如泉;(탄성오열 루여천)

      소리 내지 않고 흐느껴 우는 눈물은 샘처럼 흘러내리네


      丈夫懷志 安頭在;(장부회지 안두재)

      장부의 품은 웅지(雄志)는 책상 머리에 두었으니


      會散由來 摠古緣;(회산유래 총고연)

      만남과 헤어짐은 모두 옛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로다.




    AI 감상평



    이 한시는 비 개인 밤의 고막한 풍경을 시작으로 이별을 마주한

    장부(丈夫)의 애절한 슬픔과 체념을 정교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동양적인 절제미와 자연의 정취를 통해 헤어짐의 슬픔을 억누르며,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수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공간적 배경과 고독의 심화 (1~2구)



    夜雨初晴 墨氣眠 (야우초청 묵기면):


    밤비가 갓 개어 사위가 조용해진 가운데, 서향(書香)을 뜻하는

    묵기(墨氣)마저 잠들었습니다. 시인의 내면적 정적이 시각과 후각의

    결합으로 차분하게 시작됩니다.




    琴絲已斷 倚窓前 (금사이단 의창전):


    거문고 줄이 끊어졌다는 것은 정든 님(知音)과의 인연이

    다했음을 암시합니다. 홀로 창가에 기대어 선 화자의 쓸쓸한

    실루엣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감각적 대비와 깊어지는 슬픔 (3~6구)



    佳人獨笛 聲踰苑 (가인독적 성유원):


    아름다운 이의 홀로 부는 피리 소리가 정원을 넘어옵니다.

    보이지 않는 상대의 슬픔이 청각을 통해 화자의 공간으로

    침투합니다.




    竹影微搖 碎壁邊 (죽영미요 쇄벽변):


    바람에 대나무 그림자가 흔들리며 벽 위에서 부서집니다.

    흔들리고 조각나는 화자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투영한

    묘사가 탁월합니다.




    梅馥猶濃 盈茗椀 (매복유농 영명완):


    매화 향기는 여전히 찻잔에 가득합니다.

    이별의 순간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자연(향기)은

    화자의 슬픈 처지와 완벽한 대비를 이룹니다.




    水禽啼遠 告歸年 (수금제원 고귀년):


    멀리 물가에서 새가 우니 비로소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별의 절절한 묘사와 비장미 (7~10구)



    恐君生恨 難回首 (공군생한 난회수):


    그대에게 한이 생길까 두려워 차마 고개를 돌려 바라보지도

    못합니다. 상대를 향한 깊은 배려와 절제가 돋보입니다.




    不易丹心 濡枕筵;(불역단심 유침연):


    변함없는 붉은 마음은 눈물이 되어 베개와 대나무 자리를

    적십니다.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만 신체적으로 배어 나오는

    슬픔은 감출 수 없습니다.




    長夜深沈 情轉切 (장야심침 정전절):


    깊어가는 긴 밤, 그리움과 정은 오히려 더 간절해집니다.




    呑聲嗚咽 淚如泉;(탄성오열 루여천):


    소리 내지 못하고 흐느껴 우는 눈물이 샘처럼 흘러내립니다.

    소리 없는 오열이 독자에게 더 큰 먹먹함을 줍니다.




    🌌영원한 고독과 연(緣)의 체념 (11~12구)



    丈夫懷志 安頭在 (장부회지 안두재):


    장부가 품어 왔던 큰 뜻은 책상 머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대의를 위해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떠나야 함을 고백합니다.




    會散由來摠古緣 (회산유래 총고연):


    만나면 헤어지는 법(회자정리)은 본래 예로부터 정해진

    인연의 법칙임을 깨달으며 시를 맺습니다. 슬픔의 극한에서

    오는 초연함과 체념이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2. 종합 감상평



    시각과 청각, 후각의 섬세한 조화, 비가 갠 후의 고요함(시각),

    끊어진 거문고와 담장을 넘는 피리 소리 및 새소리(청각),

    그리고 찻잔에 감도는 매화 향(후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이별의 슬픔을 직설적으로 쏟아내지 않고 주변의 서정적인

    풍경에 투영하여 슬픔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내면적 갈등과 절제;


    '장부회지(丈夫懷志)'와 '단심(丹心)'을 언급하며 대의나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암시합니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면서도 상대방이 마음의 상처(한)를 입을까

    염려하여 뒤돌아보지 못하는 절제된 감정선이 돋보입니다.




    달관과 수용의 미학;


    마지막 구절인 '회산유래 총고연(會散由來 摠古緣)'은 불교의

    '회자정리(會者定離)' 사상과 맥을 같이 합니다.

    헤어짐 역시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오래된 인연의 섭리'로

    수용하고, 슬픔을 초연함으로 승화시키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 시는 '절제된 비장미'가 핵심입니다.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呑聲嗚咽),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難回首) 정인(情人)의 인내와

    매화 향기, 부서지는 대나무 그림자 같은 미려한 배경 묘사가

    어우러져 이별의 아픔을 한층 더 격조높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7년 6월 동기홈피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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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離別) 2026-07-04 봉영(峰瑩)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