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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이름   姜孟勳 등록일   2002-09-17 오후 8:53:00
e-mail   eparange@hanmail.net
내용
"바리"

"바리"란 옛날에 오랫동안 한식구처럼 같이 생활하였던 개(犬)의 이름이다.

오늘 문득 그녀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살아가는 도중 어쩌다 패트나 개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나의 뇌리 속에 그녀와 함께 하였던 시간들이 가득차 떠오르고 또 그것들이 지금도 나의 생각과 판단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내 속에서 편편히 살아 움직이고 있어서 더 이상 시간이 흘러 좀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한번쯤 추억 속에서 있는대로 힘껏 짜맞추어 여기 이 자리로 "바리야!.."하며 큰 소리로 불러내어 보고자 함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녀의 맑은 눈동자와 부드럽고 단아한 얼굴이 나를 부르고 있는 듯하다

아마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 늦은 가을 쯤이라 기억되는데 어느 쌀쌀한 아침 진도개(?) 새끼 두마리가 새벽 기차편으로 진도에서 보내져 왔는데 기차 멀미 때문인지 뭔지 잘 모르겠으나 귀도 축 쳐져있고 몰꼴이 초라하고 볼품이 없어 "정말 진도개 일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새로운 식구로 맞아들이게 되었는데, 특히 이중 한마리는 척추가 조금 휘어있고 야윈 상태로 지극히 영양상태가 좋지않아서 상당히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들끓이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몇일 가지 못하여 나의 지극한 인공호흡이나 마싸지 요법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골근경직으로 인한 호흡불능"으로 싸늘하고 처참한 모습으로 쓰래기통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生"과 "死"의 갈림을 한눈에 보고 깜짝 놀란 식구들은 남은 한놈에 대하여는 궁리 끝에 '인간대우요법"을 긴급 적용하기로 합의를 보게 되니 결국 이놈은 요즘의 패트들처럼 사람과 함께 한방에서 자고 먹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때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보면 이것은 아마 매우 드문 파격적인 대우에 해당하는 것이었을 터이니 아마 그녀가 지금도 살아있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감사의 눈물을 흥건히 흘리면서 나에게 매달리며 몸을 이리저리 부벼될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튼 그때부터 방 한모퉁이에 종이 박스를 잘라 만든 그녀의 침실이 차려지고 진도개가 특별히 좋아한다는 된장 국밥을 수시로 끓여 먹여가며 모든 가족의 지극한 보호를 받게되고 이것이 약발을 받아서인지 이윽고 위험한 순간을 무사히 넘기고 하루가 달리 건강하게 자라기 시작했는데 좀처럼 그놈의 두 귀가 서질 않아 출신성분에 대하여는 많은 의심을 받기 시작하였다.그렇지만 얼굴은 짧고 작아 각이 져있고 꼬리도 짧은 것이 용수철처럼 또르르 말려있어 백과사전에 쓰여져있는 진도개의 특징과 어느정도 비슷하여 좀처럼 그녀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수가 없었다.

조금 덩치가 크지고 나서부터는 나는 간혹 그녀를 안고 자기도 하고 기분 좋게 배고 자기도 하였는데 그러니 그녀의 생활은 그 때 그 추운 겨울날에도 따뜻한 온돌 위에서 배를 깔고 자는 문자 그대로 사람보다 나은 "개팔자가 상팔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팔자를 고치고 나서 안정성장 궤도에 들어선 후에는 하늘이 그녀에게 준 특이한 천성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사람이나 다른 큰 동물에 대하여는 상당히 겁이 많았으나 쥐에 대해서 만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탁월한 감지능력과 함께 재빨리 추적 포살하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서 밤중에도 부엌에서 쥐 소리가 나면 문을 박차고 튀어 나가고 다시 데려다 놓으면 또 다시 튀어 나가곤 하여 아주 잠을 설치게 만들었는데 이럼에도 불구 하고 상당 기간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오랫동안 인간대우를 받았던 것은 또 다른 귀족적 천성 즉 인간처럼 대소변을 빨리 가렸다는 데 있었다.

당시 우리집에는 흙마당이라고는 일체 없었고 집채와 앞 건물사이에 한 1.5미터 폭의 시멘트로 포장된 통로가 직선으로 하나 있었고 그 다음엔 계단을 통해 콘크리트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야 그나마 조그만 트인 공간으로 나가게 되는데 그 옥상 한귀퉁이에 공사하다가 남은 모래를 조금 모아둔 곳이 있어 한두번 이쪽으로 안내해 주었더만, 웬걸 바로 그자리를 자신의 해우소로 삼아 잘도 일을 보기 시작하였다. 거기다가 더욱 더 기특한 것은 사람들 몰래 살짝 처리 하는 은근한 매너에다가 또 볼일을 본 다음에는 항상 모래로 깨끗히 덮어두어 일체 표를 내지않는 그야말로 요조숙녀같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우연히 나에게 보여서는 않되는 그 중요한 현장을 들킨 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당황해 하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 황급히 일단 볼일을 엉거주춤 중단하고 자세를 낮추어 몸을 땅바닥에 붙인채 꼬리를 깔듯이 좌우로 흔들며 얼굴에 홍조를 띄운채 절름발이 처럼 나에게 "찔찔" 다가와서 멎적은듯이 애교를 떨었는데 정말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도저히 그녀에게 내 마음을 주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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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리 2002-09-17 姜孟勳 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