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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풍장이
이름   박문송 등록일   2006-11-03 오전 11:50:00
e-mail   mariscal24@naver.com
내용
지난날 내가 바람처럼 쏘다니며
그대의 만갈래 근심이 되곤 하였어도
그대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나의 한가닥 위안이 되어 주었오

오늘날 두 아이가 이처럼 장성하여
모두 제 앞가림을 하게끔 된 것은
그대가 혼자 늘 노심초사하며
밤낮 두 몫으로 애써준 덕분이 아니겠오

그대의 따끈한 나의 녹차 한잔에도
그대가 녹인 정성이 향기로 우려나오니
녹록하지 않은 그 숱한 살림살이
첩첩이 쌓인 내공 또한 얼마나 되겠오

하기야 내 심성도 구차스럽지는 않소만
내가 넉넉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사람들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음은
그대가 나를 늘 편안하게 해주었음이요

요즘 들어 내 눈이 더욱 흐릿하고
내 귀가 몹시 어둡기는 하나
그대가 내 곁에 자주 와서 웃어주니
세상이 온통 환하게 더 밝아진 것 같소

그대가 나이 들어 더 현숙해진 모습은
젊은 날 그대 목의 진주보다 더 아름답고
그대의 삶의 지혜는 세월이 갈수록
잊혀진 보석보다 더 빛나는구려

비록 내 가진 것 욕심밖에 없으나
누가 세상을 다 내게 준다 해도
그대와는 절대 바꾸고 싶지 않소
나는 그대에게 늘 이렇게
허풍장이로 산다오

오늘은 또 어떤 귀한 분을 모셔와
집안에 향긋한 꽃바람이 부는 거요?
그대는 늘 내 속을 뻔히 들여다 보니
나와는 눈만 마주쳐도 아차 싶은 게지요
내가 그윽한 꽃미인들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마시는 한잔의 쐬주는
그냥 싱겁기만 하구려.

.........


지난번 내가 한국에 잠시 머물렀을때
이 재광 군의 집에 초대되어 학부인이 보여준 다도(茶道)의 진수(眞髓)와
김 종배 군이 읊은 멋들어진 권다시(勸茶詩) 한편으로
모두가 도(道)를 통(通)한 양 도도한 시흥(詩興)마저 부질없이 여기고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의 선문선답(禪問禪答)으로 어우러진 그날 밤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밤이 되었으며 덕담과 웃음꽃이
옛 한강의 갈매기들이 노닐던 압구정(狎鷗亭)에 만발하였었지요.
잠깐 인생이라지만 더없는 기쁨과 즐거음 또한 적지 않은가 보오.
여기에 와서도 계속된 때아닌 나의 다도입문(茶道入門)에 맞서서
그대가 반격해온--온 집안을 꽃으로 장식하기--화도입문(花道入門)도
제법 화두(話頭)가 그럴싸하구려.
헌데 이건 또 무슨 소동이요?

오늘 밤 여기는 할로우인데이
괴상한 축제에 부는 광란의 바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장난이 장난이 아닌데
동네꼬마 망나니들 쳐들어 오면
도저히 감당할 수도 없고
일찌감치 불 끄고 자는 척하는 수밖에...


과테말라에서
박 문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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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풍장이 2006-11-03 박문송 1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