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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라노의 눈
이름   박 문송 등록일   2006-12-14 오후 4:46:00
e-mail   mariscal24@naver.com
내용



    티라노의 눈....
    그것은 암흑 속에 흐르는 대서양의 한류보다 차갑고
    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굶주림보다 더 깊다
    그런 나의 공복감이란 어떤 것인가?

    잔잔한 호수 위의 조각배 하나....
    나는 어쩌다가 그 배에 혼자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물 속을 들여다 보았는데
    처음에는 그 물이 검은 듯하였으나
    나중에는 그 물이 하얗게 변하였다
    눈부신 햇살이 지나가는 구름에 가려졌을 때
    그 물은 더없이 맑고 투명하게 보였다

    어느새 나는 배와 함께 나도 모르게
    하늘 한가운데 둥둥 떠오르게 되었는데
    하늘의 높이만큼이나 물의 깊이도
    그만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 보였다
    물의 존재란 마치 공기가 되어버린 듯
    마침내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돌맹이를 던져 보았지만 그것은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뿐이었다

    곧이어 귀가 아픈 정적이 주위를 뒤덮는다
    소리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떤 소리이든 간에
    나는 오로지 익숙한 소리만 들을 뿐이다
    소리가 너무 크면 귀를 막고
    소리가 너무 작으면 귀를 곤두세운다

    그러나 침묵, 내게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것은 항상 나를 감싸고 있으면서도
    둘러보면 결국 아무 소리도 없다
    분명히 존재하는 그 소리가
    실제로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무한히 큰 소리
    무한히 작은 소리
    나는 들을 수도 없고
    전혀 들리지도 않는다
    그 소리 한 켠으로
    다만 침묵이 비켜갈 뿐이다

    무한히 밝은 빛
    무한히 어두운 빛
    나는 볼 수도 없고
    결코 보이지도 않는다
    그 빛 언저리에
    다만 어두움이 가려줄 뿐이다
    그리고 그 어두움조차도
    또한 빛의 그림자일 뿐이다

    내가 볼 수도 없고
    내가 들을 수도 없는 것
    도무지 냄새조차 없고
    결코 만져 볼 수도 없는 그것들은
    결국 무엇때문에 존재하는가?
    나하고는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 순간 나를 둘러싼 저 희미한
    전깃불마저 갑자기 꺼져버린다면
    세상 전체가 곧 암흑처럼 변하고 말 것이다
    다만 내 두 눈으로 뚜렷이 볼 수 있는 곳
    내가 앉아 있는 작은 공부방 안에
    내 조그만 책상머리에서나

    이윽고 나의 모든 것이 정적속에 휩싸여도
    저혼자 틱택거릴 벽시계는 0 시 33 분을 가리킨다
    나는 어두운 유리창 너머로
    다시 티라노의 눈과 마주친다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치고
    온 몸에 전율을 느끼지만
    그것은 나의 공복감
    나의 채워지지 않는 한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무력감....

    나는 먹어도 먹어도
    굶주릴 수 밖에 없다



    과테말라에서
    박 주현 지음



내 아들 주현이가 5 년전 고 1 때 쓴 작품 "티라노의 눈" 에서
티라노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지구상에서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라고 합니다
먹이를 찾아 번득이는 탐욕스런 공룡의 눈에서 자신의 공복감을
나름대로 독특하게 표현해낸 아들이 제법 기특하다는 생각에서
글마당에 이 글을 올려주며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가끔 오바를 잘 하는 아빠-- 박 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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