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고구려유적을 유네스코 산하단체에 세계유산 등록 하는 문제를 두고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제까지 우리는 일부 사학자들의 말만 믿고 현재로서는 북한의 대동강 일대에 있는 고구려고분의 유네스코 등록을 도와주는 게 고구려사를 지키는 최선책이라 믿었다. 그런데 학술대회에서 발견된 사실은 북한의 고구려유적 등록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중국측에서 지난 번 등록 때 시비를 건 것은 보존상태 불량 외에 무덤 2기에 대한 접근불능이라는 이유가 더 컸다. 접근을 안 시킨 것은 그 안에 핵무기가 들어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 두 무덤은 북한이 단군능, 동명성왕 무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북한 이외의 고고학자들은 왜 그 이전에 동명왕과 단군의 능이 발견되지 않았는지 수상쩍게 여기고 있는 곳이다.
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김 일성, 김 정일 부자 세습을 정당화 내지 신격화 하고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단군의 직계로 합리화하기 위해 다른 무덤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공개 거부가 그 의심을 부채질한 것이다. 이런 이유라면 우리가 아무리 도와 주더라도 북한의 등재가 성공할 리가 없다.
북한은 조작된 무덤을 다른 여러 고분에 슬쩍 끼워넣어 유네스코라는 국제기구의 인증을 받겠다는 어름 수를 쓰다가 걸린 것이다. 이 북한의 약점을 간파한 중국이 올해 집안현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보수 세계유적으로 신청하려는데 성공 확율이 100 %라니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내 일부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예컨대 조갑제)은 신라와 보수가 무슨 혈맹 관계인지 고구려와 무슨 웬수가 졌는지 몰라도 신라 역사만 강조하고 고구려는 동족도 아니라는 단세포식 주장을 하고 있으니 고구려는 한쪽에서 유린 당하고 다른 쪽에서 버림받는 신세가 되었다. 더욱이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신사대주의의 왕초답게 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당히 나서 중국에 항의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졸렬한 암수 쓰지 말고 두 무덤은 빼고 나머지를 남북한 공통으로 신청하자고 설득해야 하며 그래야 그나마도 고구려를 완전히 뺏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1400여년 전 자기가 장남이므로 정통이라 우긴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과 병권을 쥐고 자기가 힘이 더 세다고 우긴 차남 남건이 치고 받고 싸우다가 고구려를 통째로 날린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나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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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으로 말아먹는 고구려사
2003-12-27
이 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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