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바다를 넘었던 파도는 간밤에 불었던 바람이었지 차갑고 어두웠던 밤을 지나 나의 작은 방 유리창을 흔들며...
기다란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먼 길에 지친 두 발을 쉬면서 방안의 그리도 낯선 풍경들을 물끄러미 신기한 듯 바라보았지
벽에 걸린 거울은 마야의 거울 과거와 미래의 내 모습을 비쳐준다지 볼 때마다 내 얼굴이 이지러진다네 거울 속의 해와 달만 재미있어 하누나
마야인의 달력은 동그라미 뿐이네 축제로 날이 가고 폭죽으로 밤을 새지 내 동네 경사에다 이웃동네 잔치까지 아무리 가난해도 마냥 즐겁게 사는구나
아무도 관심없는 벽그림도 하나 있네 근처에 흔해빠진 상상으로 그린 풍경화 아름다운 남국의 초록빛 해변이지 내 고향 사람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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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그늘 밑에 한가로운 모래밭 뜨거운 태양도 잠시 쉬웠다 가는 곳 연갈색 피부의 풍만한 여인들 드러난 젖가슴은 수줍지도 않은지 보일 듯 치마자락은 바람에 나부끼고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감기는 파도소리 발가락에 터지는 해맑은 웃음소리 하얀 물거품은 눈이 부시네
간밤에는 드물게도 찬비가 내렸는데 그 비는 유난히도 고향의 비를 닮았네 어제 온종일 혼자 떠돌던 작은 구름이 그토록 외로움이 사무쳤을 줄이야 밤새도록 흐느껴 울던 그 찬비는 새벽에야 겨우 잠드는 밤비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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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그리 흔치 않게 불었고 밤비도 그리 드물게도 내렸건만 무성한 나뭇잎은 그대로 푸르구나 울창한 밀림은 계절도 모르느냐 지금쯤 고향 산들은 단풍이 한창이겠지 오직 찬비에 젖는 것은 내 마음 뿐이네
방 안에는 수북히 낙엽이 쌓였는데 밤새워 써도 다 못다 쓴 그 편지는 무슨 그런 긴 사연이 있었는가 그렇게 쓴 편지도 다만 날이 밝으면 한낱 가랑잎으로 굴러만 다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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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 창밖에 빛나는 새벽별은 외로운데 동녁 하늘에 피어나는 흰 구름은 서쪽 붉은 노을꽃 향기를 전하네
여기서도 요즘 닭은 아무 때나 울고 이웃집 개들은 철없이 짖는구나 온기 없는 모포자락 한켠에 접어두면 그제야 젖은 베갯잇 눈물은 마르고 새벽이슬은 뿌옇게 차창에 서렸는데 꿈속에서도 헤매는 미로의 도시를 이방인은 오늘도 유령처럼 떠도네
과테골 봉영(峰瑩) 200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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