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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산(天山)에 오르다
이름   이 지욱 등록일   2004-04-21 오후 7:11:00
e-mail   leejiuk@online.ru
내용
천산(天山)에 오르다.
4월16일 0시 5분, 동창인 방 용환 군이 타시켄트로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모스크바-타시켄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잠을 청하려 했지만 구식 일류신 비행기의 자지러질듯한 엔진소리가 도저히 잠을 자게 놔두지 않는다. 옆에 누군가가 이 소음을 듣고는 '뜰려고 악을 쓴다'고 표현했다.
4 시간을 뒤척거리니 어느새 타시켄트 상공이다. 이 구식비행기가 내릴 때는 의외로 사뿐하게 내려 앉았다.
오전을 현지에서 사업하는 지인의 집에서 보내고 오후에 방 용환군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갔다. 10 여분을 로비에서 기다리니 용환이가 36년 전 학교 다닐 때의 그 곱상한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우리는 얼싸 안았다. 그 기분을 달리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다. 단지 공자님의 朋友由遠自來, 不亦悅乎兒 이란 말 밖에는……
옛날 앞,뒤 자리에 앉아 연필 자루로 까까머리 뒷통수를 쿡쿡 찌르며 장난 치던 아이들이 初老의 나이가 되어 이역만리에서 만나다니…… 이제금 또다시 36년 후면 우린 황천 건너편에서 만나겠지….오호라! 고인은 "인생은 햇볕이 문틈으로 잠시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였지.
방 군을 동행하여 온 직원 일행 등과 함께 우리는 자리를 «카라반»이란 식당으로 옮겼다.
이름에 걸맞게 반 노천인 그 식당 벽엔 그 옛날 동양과 서양을 오고 간 물건들—도자기,간다라 식 불상 등등의 장식이 걸려 있었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반초(班超)라는 이름과 함께 열심히 외웠던 天山北路, 天山南路---그 유서 깊은 중심에 우리가 와 있는 것이다. 천산산맥은 중국 서북부 河尾, 돈황에서 시작하여 사마르칸드까지 이천오백여 킬로미터에 뻗어있는 길고도 높은 산맥이다. 옛날 중국 쪽에서 이 산맥의 북쪽을 돌아온 사람들, 돈황에서 산맥의 남쪽을 지나온 사람들은 이곳 타시켄트에서 만나 북쪽으로 키르키즈 초원을 거쳐 흑해로 빠지기도 하고 부하라, 사마르칸드, 파르티아 왕국(이란)을 거쳐 로마로 갔고, 또 남쪽으로 이동해 인도로 갔다. 인도의 불교가 한국으로 전래된 것도 이 통로를 거쳤으며 혜초 스님이 인도로 들어간 길도 이 길이었기에 돈황의 석굴에서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것이다.
징기스칸도 이 통로를 이용하여 부하라에서 이란을 거쳐 카스피해 남쪽을 돌아 해안선을 타고 북상한 뒤 아좁스키해(크림반도)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러시아,동유럽,남부독일을 차례로 유린했던 것이다.
근자에 신라고분에서 로마제국의 유리구슬이 발견되기 때문에 당시에 이미 신라와 로마가 직교역을 했으리라는 학설이 유력해 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때 로마로 간 신라 사신들도 반드시 이 곳에 하루,이틀을 머물렀을 것이다. 아니면 이곳까지 온 사신들은 국왕의 분부대로 일부는 인도로 일부는 로마로 갈라지면서 뒷 날의 해후를 약속하며 «살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서라벌에서 다시 보자»며 굳은 포옹을 나누었을 것이다.
이 유서 깊은 주막에서 죽마고우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니 어찌 감회가 없으리오? 내가 합석한 일동에게 이 감격을 얘기하고 건배를 제의하자 한 잔을 훌쩍 비운 일동 중 한 분이 갑자기 «신라의 달밤»을 부를 것을 제의 하였다. 식당엔 우리 말고도 손님이 몇이 있었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이국의 노천식당에서 십여 명이 «신라의 달밤»을 2절까지 소리 높여 합창하였다.
자리를 옮겨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용환이와 보트카를 권커니 받거니 하다가 헤어졌다.
다음날은 내가 골프를 칠 줄 몰라, 저녁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모스크바에 있을 때부터 점 찍어 놓은 천산산맥 끝 자락인 해발 3309m의 침간 산을 오르기로 하고 아침 7시에 출발하였다. 전 대우 직원 두 명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하여 일행이 되었다.
차로 한 시간 반 쯤 달리니 반쯤 눈에 덮인 침간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해발 1500 미터라고 표시된 지점에서 멈춰 살피니 아스라한 꼭대기는 구름에 가렸다 말았다 하며 낯선 이방인에게 용자를 과시하고 있었다. 여늬 구소련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정밀지도를 구할 수가 없어 대충 눈짐작으로 오를 길을 가늠할 수밖에 없었다. 눈 여겨 바라보니 능선으로 오를 수 있는 모든 비탈이 눈으로 덮여 오를 재간이 없겠는데 오직 한 곳 가운데에 있는, 경사가 아주 가파른 능선만큼은 잔등을 빗자루로 슬쩍슬쩍 쓸어낸 듯 끊어 질듯 말듯 눈이 없는 부분이 있었고 이 곳을 따라가면 주능선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경사가 너무 급해 눈이 쌓이지 않고 밑으로 미끄러져 내린 탓이리라.
곧장 거기로 다가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멀리서 보던 것보다 경사가 훨씬 급해 반쯤 기다시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지난 밤에 內功을 너무 소모한 탓인지 십 여분도 안 되었는<

[나도 한마디]
이대용  지욱아 글도 사진도 잘봤다 나는 꿈도 꿀수 없는 너의 일상에 찬사를 보낸다 2004-04-22 오후 12:20:0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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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산(天山)에 오르다 2004-04-21 이 지욱 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