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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수상 <11/9/03 늦가을 월례회 산행 청계산의 가을을 보고 나서> 어제 아침 출근길에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간밤의 비와 바람에 꽃잎처럼 떨어진 노란 은행잎은 발길 적은 보도 블록 한쪽과 포장된 도로 한편을 온통 노란 물감을 뿌린 듯 곱게 뒤 덥고 있었다. 전철 타러 걸어가는 큰길 양쪽에는 세상이 온통 노란 색깔 뿐인 양 줄지어 의젓하게 서 있는 가로수 은행나무 들이 그 유혹스런 아름다운 자태와 차별된 색감으로 종종 걸음으로 바삐 지나가는 출근 길 행인들에게 다가 왔고,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한 우리로 하여금 몇 번이고 뒤돌아 보게 하였다. 봄비는 한번 올 때마다 따뜻해지고 가을비는 한번 올 때마다 온도가 내려간다고 하지 않는가. 겨울이 시작된다는 지난 토요일의 입동이 막 지난 이제 늦가을 날씨는 더 쌀쌀 맞은 초겨울 날씨로 계절을 바꾸려는 모양인가. 지난 일요일 11월 9일 청계산 산행은 재경 동기회가 월례회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시도한 산행모임이다. 그 장소를 청계산으로 정한 것은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동기들이 좀더 많이 참석했으면 하는 동기회 임원진의 의사가 반영되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청계산을 선택한 것 같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었던지 동기회 총무 유철이는 장도석에게 도움을 청하여 일주일 전 토요일에 이곳을 사전 답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에 오면 동기를 만날 수 있고 더불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모임을 계획하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신경 쓰는 친구들의 덕분이다. 그 덕으로 우리는 깔아준 멍석에서 춤도 추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보다 많은 동기들이 자주 참석하는 것이 이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돕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산행 당일 날은 오늘도 오후 한때 조금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는 하였지만 펑크를 낸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원지동의 청계산 입구 느티나무 앞에서 10시를 전후하여 옹기 옹기 모였다. 산에서 나누어 먹을 김밥과 단무지와 막걸리를 각자 적당히 배낭에 넣고서 10시 30분 경 첫 봉우리인 매봉을 행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르는 길의 땅은 간 밤의 비로 꼽꼽하여 걷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우리가 밟고 지나가는 길에도 적지 않은 낙엽들이 깔려 있었으나 그것으로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었다. 올라가나 내려오나 온 산의 나무 밑에는 산지 사방으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대부분의 낙엽은 일종의 참나무의 그것이다. 내 그것을 구분할 안목 없지만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 밤나무 과의 낙엽활엽수 들의 것임이 분명하다. 이 들은 인연을 맺었던 나무에 매달여 단풍잎으로 노릇노릇 불긋불긋한 그 빛깔을 한껏 뽐내다가 이제 이 늦가을에 나무와의 인연이 다하여 나무를 떠나 흙으로, 물로, 불로, 바람으로 분해되어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을 위하여 어디론가 긴 여행을 막 시작한 것일 게다. 그래 이 놈들은 그 동안 정들었던 나무와의 헤어짐을 슬퍼하고 있을까,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만남에의 기대로 희망에 가득차 있을까. 그 첫 비상으로 먼저 떨어진 놈은 바닥의 밑에 깔리고 또 나중에 떨어진 놈은 그 위에 서로 기대고 엉켜서 가까이서 멀찍이서 수북이 낙엽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이들은 쌀쌀한 찬 기운에도 춥고 외롭고 그렇게 쓸쓸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놈들은 불행한 것 같지 않다. 이들은 적어도 낙엽 되어 이곳으로 옮겨 오기 전 단풍의 이쁜 추억도 가지고 자신을 단풍으로 붉게 태워 보았으니 태워 보지 못한 미련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 가을에 단 한번이라도 붉게 타오르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입니다.”라고 단풍의 이유를 갈파한 시인 이원규의 한 구절이 스쳐간다. 아울러 동기 강맹훈의 2003. 9. 23. “중원초추”의 제목의 글 마지막 문장의 비애로운 감탄문이 겹쳐 지나간다. “아! 우리(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지난 또래의 우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인생도 지금 가을인 것을.” 그렇군, 우리는 등산으로 치자면 정상을 한참 내려와 8부 능선이나 7부 능선쯤에 내려오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 평생의 사철에 오직 한번 뿐인 이 인생의 가을을 엄숙히 되돌아 보아야 하는 비애가 일어난다. 계절의 가을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가을에 접어 들어, 우리 인생의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온 몸을 붉게 물드는 단풍 되고, 그리하여 낙엽 되어 떨어짐에 미련 없도록 우리 인생의 단풍 꽃이 먼저 피기를 기원해 본다. 지난 10월 29일 동기 곽동익이가 게시판에 올려진 소백산을 다녀와서의 글을 보고 이메일로 답신 메모를 보내주면서 함께 소개해 준 시인 성춘복의 “이 가을”이라는 시가, 그 중에서도 “타지 못하는 잉걸불로” 라는 단어가 목구멍에 걸려 영 삼켜지지가 않는다. 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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