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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이 보이는 계미년 끝자리에 (12/14/03 도봉산을 다녀와서) 세밑에 이제 한 열흘이 지나면 이달이 가고 해가 바뀐다. 그래도 하늘의 해는 여전히 그 해이고 내년의 나도 여전히 같은 나일 텐데, 하지만 다음의 정경들은 나를 흔들어 놓는다. 발길 잦은 삼성역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오는 지하 코엑스로 연결되는 길목 한옆에 바삐 걸어가고 걸어오는 세밑 군중 무리 속에 자선 냄비를 걸어둔 구세군의 삼발 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한 사람은 길쭉한 작은 종을 흔들어 마치 “자선하세요, 자선하세요” 하듯이 “땡그라아앙, 땡그라아앙” 하고 종을 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의 종소리가 울립니다. 날씨가 추워집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웁시다” 라고 외치고 있다. 그 앞 작은 광장에는 아름답게 장식하여 세워 둔 원추 탑 모양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그 주변과 또 바로 그 지상의 무역센타, 호텔이나 백화점 앞에는 춥게 발가벗은 앙상한 나무 가지가 구기자 열매만한 작은 유리알 전구들을 촘촘히 수없이 덮어쓰고 있다. 불빛 살리는 어둠이 내려오면 나목은 더 이상 춥고 쓸쓸함을 털어버리고, 환하게 밝아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황홀한 자태의 나신을 뽐내며 은하수 같은 별빛으로 빤짝인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멎는 듯한 이런 동화나라의 환상적인 정경을 접하게 되는 이 세밑에는 또 지인으로부터 새해 아침도 되기 전에 갑신 원단에 보낸다는 연하장을 미리 받는 이맘때 쯤에는 오랫동안 연락을 취하지 못하는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안부전화도 한번 걸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과 무정함을 자책하게 되고, 가는 묵은 해와 오는 새 해를 보면서도 속절없이 못다한 마무리와 못 세운 계획으로 마음은 괜히 쫓기는 듯 부산해진다. 시간계산 지난 12월 14일 일요일 도봉산 산행도 여느 때와 다름 없지만 올해 동기들 산행의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집을 나서는 느낌이 종전과 같지 않다. 출발 전에 미리 소요시간을 계산해 본다. 오늘은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 집 근처 전철역에서 집결 지 역까지 모두 몇 개의 역이 있는지를 세어보고, 거기에 2분을 곱하면 전철 타는 시간이 계산되고 여기에 전철역까지 한 10분, 일요일이라 배차시간이 늦어 기다리는 시간 한 5분, 그리고 환승역이 있으면 갈아타는데 한 5분 정도를 더 보태면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 정확하게 계산된다. 중간에 버스도 타야 하는 등 시간 계산에 정 자신이 없는 때에는 한참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도 마음 졸이며 애태우며 늦게 오는 것보다는 백배 좋은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여유시간을 가지고 일찍 나간다. 오전 9시 30분경 도착한 지하철 도봉산역 앞길 건너 작은 빈 공터 만남의 광장에는 동기들이 모여 곧 도착할 친구들을 기다리며 세상일을 얘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오는 도중에 마음을 무척이나 졸였을 한 동기는 30분이나 늦게 도착하여 친구들에게 사과의 말을 했다. 다른 한 동기는, 너무 늦게 와서 다수 친구를 많이 기다리게 하여 여러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꼴(일)이 앞으로도 되풀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다고 작심한 듯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아무리 허물없는 동기들이라 하지만 다수를 많이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이 동기들에 대한 배려이고 아름다운 일임을 지적한 것이었다. 출세간의 언저리에서 본 세간 아래서 멀리 보이는 수려한 정상의 바위 봉우리 이름 들을 물어본다. 최고봉인 자운봉(739.5m)과 왼편으로 만장봉, 선인봉이라 한다. 십 수년 만에 처음 찾아오는 도봉산이다. 출세간의 도봉산 언저리에 와 있는 우리들도 세간의 화제는 떨쳐버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차떼기 수법의 대선자금전달의 원조가 어느 그룹인지, 은밀한 전달을 위해 부사장이 손수 차를 몰고 차 열쇠를 넘겼다는 차떼기, 책떼기 이야기가 단연 으뜸이다. 안 그래도 정권에게 미운 깃털이 박혀 공중 분해되어버린 어떤 그룹의 전례가 있는 것을 세상은 다 알고 있는 터에, 기업을 협박하며 자금을 빼앗는 행위는 총칼도 불사하는 범죄집단 마피아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며 핵심실세와 너무 가까이 있어 나쁜 줄 알면서도 같이 공범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정경 유착한 기업과 정치 현실을 두고 누가 이 비리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하는 동정론도 있기는 하였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불법자금 모집의 규모와 수법을 보노라면 신태형 동기가 게시판에 올려놓은 이상한 나라 “한국은 정말 미스테리 민족 (퍼온글)”을 연상시킨다. 미스테리 악덕 항목에 당연히 이름을 올릴 왕중왕 감이 분명하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흉보 듯” 소 도둑 놈은 바늘 도둑 놈을, 바늘 도둑 놈은 소 도둑 놈을 보고 자기 반성 없이 서로 상대방만 나무라는 형태다.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흠 잡는 데”는 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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