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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봉정암에서 하룻밤/우연히 만난 동기들
이름   김영환 등록일   2004-10-07 오후 9:58:00
e-mail   ywhkim@rhilaw.com
내용
박달수 동기도 3일에는 봉정암을 다녀갔군요.
봉점암 근처에서 대구의 김문곤 부부도 만나고,
다음날 아침에는 구자호 동기도 만났지요.
우연히 이런 성지에서 만나니 반가웁고 특별한 인연인듯 느낌이 달랐습니다.

나도 지난 10월 2일 토요일과 3일 개천절에 단풍 시즌에 접어든 설악산을 다녀왔던 것이지요. 집사람이 가는 봉정암 성지순례에 따라 나섰습니다.
이래 안가면 언제 가겠나 싶었지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백담사도 구경하고, 적멸보궁 봉점암도 보고, 잘하면 대청봉도 밟아볼 수 있고, 또 천불동 계곡을 거쳐 신흥사로 거쳐오는 내설악/외설악을 두루 거치는 것이라 한꺼번에 몇곳을 볼수 있어 약간 욕심이 났던 것이지요.

토요일 백담사에서 10시반에 출발하여 오후 3시 경 봉정암에 도착하였지요. 대청봉까지 2.3km거리를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해지는 시간인 6시까지 빠듯할 듯 했지만, 또 이미 봉정암으로 오르는 깔딱고개를 오르느라 힘이 빠져 있는 상태인데도 대청봉 근처인 봉정암까지 온 오늘 가는 것을 놓치면 대청봉을 밟을 기회가 또 오지 않을 것 같아 옷만 조금 빼어 봉정암 다른사람에게 맡겨두고 일행중 거사 1명과 해지기 전에, 6시 이전에 소청봉 대청봉을 다녀오기로 하고 조금 무리를 했었지요.

봉정암에서 소청봉까지는 1.1km에 불과한데도 정말 힘이 들더군요. 오르막길인데 힘이 빠져 있고, 해지기 전에 대청봉 까지 갔다기 되돌아 와야하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마음이 급했던 겁니다. 4시 40분 경 대청봉을 밟고 급히 사진을 한장 찍은 후 봉정암으로 내려오는 길은 힘이 안드니 수월했으나, 이미 온 몸은 피로로 가득한 터이라 다리가 뻣뻣해지고 부드럽지 편치 못했지요. 소청산장을 지나 막 거의 봉정암으로 내려오는 시점에 왼쪽 다리가 뒤틀리는 쥐가 낫지요. 잠시 주므르고 잇는 중에 광주서 오신 아줌마 일행 중에서 한 분이 엄지손톱위 마디 살갗에 핀으로 따주고 또 다른 분이 건네준 물파스 스프레이로 경련이 난 다리부분을 뿌리니 많이 좋아졌지요.

몇발자국을 내려오니 아는 얼굴이 가파른 길을 올라오고 있습니다. 어어 이거 누고 하며 반가워 큰소리를 냅니다. 문곤이의 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문곤이와 급히 몇마디 나누고, 바로위에 있는 예약된 소청봉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나요. 집사람과 같이 산행하는 것을 한번도 못보았다고 배려성 질책도 받고요. 또 백발회장 소속을 못 속이나봐요, 그 와중에서도 10월 3째 주 대구/서울 합동산행을 남순대 회장과 합동 산행지를 연락/상의하여 곧 정하겠다고 언질를 줍니다.

봉정암에서는 저녁 공양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연락 받은 터이라 빨리 내려 가야 하여 서둘러 헤어졌다. 사방은 이미 어두어졌고, 봉정암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전화로 연락을 취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며 미역국 밥에 고추장뭍인 오이 몇조각을 섞은 저녁공양을 받아주던 집사람으로부터 저녁을 받아먹은 후에도 6시 반을 넘지 않았다. 차가운 날씨가 만만찮다. 기온은 영상이기는 해도 몸이 떨려온다. 챙겨온 오리털 쪼끼를 껴입고. 겨울용 등산 자켓을 걸쳐입는다. 저녁 예불이 시작되었고, 10시가 되어야 함께 온 처사들 6명을 스님이 잠잘곳 을 특별히 마련해주신다고 하니, 춥지만 도리없이 기다리며 여기저기 들락거리며 시간을 떼운다. 아직 3시간 이상이나 남았다. 수없이 많은 별세계가 이 세상을 내려다 보며 총총히 비쳐오는 그런 추운 밤 공기에 3시간의 기다림이란 정말 길다.

방이란 방은 가득찼고, 법당도 가득찼다. 350명이 수용인원이라든가. 그러나 오늘 저녁에는 2182명이 몰렸단다. 10년 이상이나 신도들 잠자리 등 소임을 맡은 총무로 일했다는 한분이 잠시 한 이야기는 봉정암 약 1400년 역사상 1999년에 2180명이 왔는 기록을 오늘 깼다나. 불심의 정도를 강조하는 말일테지만 대한민국의 절은 경상도 여신도들이 다먹여 살리는데, 올해는 태풍도 없고 하여 대구 지역쪽의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방문객이 엄청 늘었다나. 그러니 방이나 법당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방문이나 법당앞 처마아래 외줄 평상같은 곳에는 긴방석을 한개 또는 두개씩 얻어서 몸과 앞가슴을 덮어 추위를 피하면서 전깃줄에 줄지어 제비떼가 빼곡이 앉아 있듯하여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방을 기웃거리면서 잠시 소변보러 나오는 사람에게 물어 본즉 과장되었겠지만 오후 3시부터 방에 자리를 잡고자 죽치고 앉아있었다나. 할일 없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시간을 떼우려고, 남자 세면실에 가서 내일 깍을 수염도 미리깍고, 칫솔도 치고 하여시간을 죽여본다. 최악의 경우 여기 세면실에서도 밤이슬은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운 날씨에 떠거운 기운을 얻고자 10년 이상 먹지 않았던 커피머쉰에서 밀크 커피도 뽑아 마셔본다. 8시 반이 지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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