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작아도 맵다고 했다. 불암산이 그랬다. 그 산세가 보잘것없다는 불암산은 암산이란 이름처럼 온통 바위덩어리로 무장한 듯 암봉 들로 덥혀 있었다. 508m로 낮은 산이지만 쉽게 오를 수 있는 육산하고는 달랐다. 산행경험이 일천한 한 동기는 정상 가까이 오르면서 암릉에 쩔쩔매며 그 매운맛에 혀가 얼얼한 모양인지 고추 먹은 소리를 낸다.
3월 12일, 산행 당일은 날씨조차 만만치 않았다. 경칩이 지났어도 날씨는 겨울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괜스레 30년만의 꽃샘 추위라고 했을까. 물러가는 동장군이 새 봄기운을 시새우며 성질을 부려보는 걸까, 겨울잠 들깬 개구리 한숨 더 자자고 땅속에서 미적거릴지도 모르겠다
한겨울에 영하 3도라면 결코 추운 날이 아니다. 며칠간 봄기운 완연하더니 느닷없이 찾아온 영하 3도 게다가 쌩쌩 부는 바람으로 체감온도 영하 8도라니, 지하철 6, 7호선 태릉입구역 7번 출구에 집합한 동기들은, 모두들 방풍 방한복으로 완전무장하고 얼굴만 내놓았다.
태릉 입구역에서 남양주시 불암산 입구까지 버스로 왔을 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반듯하게 정좌한 산이 우리를 반겼다. 황사로 누렇던 전날과 달리 당일의 하늘은 차갑지만 쾌청했고, 그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삿갓처럼 솟아있는 삼각형 하얀 암봉으로 산은 기품 있어 보였다. 불암동 방향에서 쳐다보는 이 산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동기의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찾아온 이산에 뭔가 신성하고 친근한 느낌이 밀려왔다.
불암사를 살짝 비켜 암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곳곳에서 만나는 바위, 불암사 대웅전 뒤 우측 큰 바위에 새겨진 세 마애석불에 합장하고, 불암사를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옆 집채만한 큰 바위가 눈길을 끌었고, 서서히 올라가는 길 오른 쪽에는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너럭 바위가 있었고, 일행 중 일부는 거기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따뜻한 햇볕을 즐겼다. 산행을 즐기는 한 부인은 완만한 경사의 너럭 바위를 서서 오르면서 그런 바위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전문 산악인에 못지 않는 그 산행 경지에 놀랍기도 하고, 바위나 돌이 많은 산길에 어려워하는 초보가 아니더라도 호.불호가 분명하여 돌. 바위 길을 특히 싫어하는 동기 들에 비교되어 곁의 우리들을 웃음짓게 하였다.
한 동기는 정상을 지척에 두고, 아니 20분 정도의 거리에서 당일 몸의 컨디션으로 약간 버겁다고 생각하였는지 왼쪽 옆길로 혼자서 살짝 비켜가며 정상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한참 후 우린 동기가 멀리 저쪽 반대측 길목에 서서 정상을 오른 동기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하여 안도했다. 나중에 동기는 일행과 함께 걸음을 하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천만에 라고 서로 화답하며 서로들의 말 한마디로 서로를 걱정했던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되었다.
산행기점에서 1시간 정도 올라, 정상을 미처 30분쯤 거리에 두고 있는 곳, 정상이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차갑게 몰아치는 강풍이 온몸에 부딪쳐온다. 바위 끝을 조심스레 왼쪽으로 돌아 사람 키 만큼 내려 갔다가 올라가도록 설치된 두서너개 조각으로 된 철계단을 건너 올라서면 넙적 바위가 나타났고, 정상 봉우리를 거쳐 내려오는 일행과 정상을 향하는 역방향의 좁은 길에는 적지 않은 인파가 움직이고 있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일행이 다 지나갈 때까지 서서 기다리는 것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쌩쌩부는 바람에 밧줄도 이용하며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암릉길에 익숙치 않은 초보자에겐 분명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3년 전 도봉산 산행 중 처음들은 불수도북(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 종주, 그 종주에 18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당시는 부분 구간인 불암산도 가보지 못한 주제라서, 지금도 불수도북 종주는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그 불수도북의 첫 글짜 불암산을 처음으로 와 본 것이었다.
지난해 연말 백두대간 종주 경력보유자 재경 동기회장 박달수는 그 불수도북 그 종주를 이번 3월말 계획 중이라니 차원이 다르다. 화강암 바위가 많은 수락산이나 도봉산도 제쳐두고 달랑 불암산 하나를 가지고 바위 타령을 하다가는 앞으로 산행에 관한 한 우리를 말상대도 안 해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매우 추운 날, 불암산 정상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우리는 춥고 강풍 몰아치던 날, 바위 많은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한나절을 3시간 여를 보내며 그만큼 색다른 경험을 했다. 힘들었던 동기에게도 지나고 나면 다 소중한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
당일 일행 20여명은 한 방향으로 올랐으나 하산 때는 제 각각이었다. 중식 전 2명, 식후 5명은 상계동 방향으로, 13명은 학도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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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날 매운산(불암산생각)
2006-03-16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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