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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린잘놀고잘살고있는가-추석끝관악산행
이름   김영환 등록일   2006-10-12 오전 1:42:00
e-mail   ywhkim@rhilaw.com
내용
우린 잘 놀고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추석 끝 관악산 산행)

지난 일요일 10월 8일 관악산 산행일은 추석 다 다음날인 연휴 끝 날이었다. 연휴가 동기들의 모임에 디딤 돌이 될 것인지, 걸림 돌이 될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주기나 한 듯 15인이나 되는 많은 반가운 얼굴들이 과천역 7번 출구 앞에 모였다. 총무 신경철 동기가 개인 사정으로 당일 부득이 불참하니 미안하다고 전화해 왔었다고 알렸다. 그 불참배경에 대한 동기들의 추궁과 해석이 날카롭다. 추석 명절에 회장이 총무에게 선물을 챙겨주었느냐는 물음에 우물쭈물 대꾸를 하니, 그러면 그렇지. 총무를 섭섭하게 하여 삐치게 하였으니 불참한 것이 아니냐고 곧바로 회장을 몰아세운다.

이진권 동기는 일행보다 30분 먼저 9:20 출발했다. 동기들이 이를 양해했고 연주암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동기들과 같이 출발하여서는 자신의 늦은 걸음으로는 동기들에게 폐를 끼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민폐를 안 끼치겠다는 것이니 개인행동이지만 전체를 배려한 그 뜻을 말릴 수 없다.

과천에서도 연주암으로 오르는 길에는 계곡길과 능선길이 있다. 계단이 많은 계곡길 보다 드문드문 바위가 있는 능선길이 까다롭다. 14명은 9시 50분 출발, 연주암을 향하여 계곡길을 택했다. 능선길 대신 계곡길로 길이 바뀐 것은 당일 안전한 산행이 특히 요구되는 한 동기가 있었고, 동기들이 이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연주암을 올랐을 때는 12시 바로 직전, 곧바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연주암 뒤 헬기장인가. 그 빈터에는 열 팀 이상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막 비워지는 다른 일행의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배낭을 연다. 아직도 따가웠을 중천의 해는 구름에 살짝 가려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술 한잔을 곁들이니 다들 느긋하고 기분 좋은 행복한 표정이다.

김용휴 동기가 곁에 있으면 늘 귀가 즐거우니 동기의 입/말 보시는 참으로 놀랍다. 그 날 따라 손 보시도 열심이다. 경남 진주 어느 별장 어느 감나무에 달렸던 단감은 이원근 동기가 전날 따서 여기 산까지 가져왔다. 옆자리 앉은 김용휴 동기는 감 깍느라 바쁘다. 동기는 이뿐 부군을 위해 친구와 같이 맛있게 나누어 먹으라고 부인이 넉넉하게 싸준 음식도 풀어놓는다. 산에서 다 처분하지 못하고 남겨서 집에 되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옆자리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옆 옆에 앉은 죄로 배불러도 사양할 수가 없다. 추석 직후라서 그런지 후식으로 배, 사과, 참외 등 과일이 많았고, 전과 팥고물 시루떡도 한입 맛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걱정했던 추석 직후 산행도 좋은 점도 있었다.

이진권 동기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오늘은 양주 시바스리갈 1000ml 대짜로 한방 터트렸다. 출발지에 일찍 왔던 이진권 동기는 배낭을 풀더니, 아침부터 술 고픈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챘는지 입가심으로 매실주 작은 잔을 돌렸었다. 먼저 연주암에 와서 일행의 도착을 한참 기다렸던 동기는 정오 중식자리에서 배낭에서 양주 곽을 꺼내어 뚜껑을 뜯고, 작은 종이 컵에 한잔씩 따라 분위기를 돋구었다. 그 덕분으로 우리는 기분 좋게 다같이 건배를 외쳤다. 동기는 술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동기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더 즐기는 것 같다.

안양 방향 하산 길 안내도 유석종 동기의 몫이었다. 6봉 근처 국기봉에서 하산하여 안양 보리밥집으로 향하는 길은 동기의 걸음으로는 딱 1시간이면 족할지도 몰라도 일행은 3시간 에 걸쳐 내려왔다. 앞에서는 몇 번이나 기다리며 지루했을 것이고, 쳐진 자의 입장에서는 지칠 만큼 긴 거리였다. 안양시 동안구의 산채보리밥 집(산마을 민속촌)에는 4:30 분경 도착했고, 민속촌에서 흔히 보는 그런 시골의 장독대가 있는 초가집이었다. 미로 같이 돌고 돌아 안내된 곳은 수석들이 진열되어 있던 가장 구석진 깊은 마루 방이었다. 뒤쳐진 3명의 동기를 찾느라 헤매다가 술좌석 끝자리에 합석하였을 때는 이미 동동주가 몇 순배 돌았는가 보다. 편안하다. 즐겁다. 분위기가 좋다. 아늑한 자리에서 맑은 동동주를 한 잔 쭉 들이키고, 파전을 안주에, 취향에 따라 잔치구수와 보리밥을 주문하여 된장에 비벼 먹으니 맛도 있고 배도 부르다.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가 하고 전화를 받으니 오중관 동기다. 어디 멀리서 전화한 줄 알았더니 좌중에 같이 있다. 놀라 쳐다보니 오늘 뒤풀이 자기가 쏘고 싶은데 괜찮으냐고 한다. 동기들에게 한턱 내고 좋은 일 하겠다는데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다. 얼른 공표를 했다. 그냥 있으면 재미 없다. 곧바로 이진권 동기가 맞장구 친다. 맛있고 비싼 것 먹어도 주문해도 되냐고, 물론이다. 더 즐겁게 분위기를 바꾼 오중관 동기 고맙다.

다음달 산행지로 수원 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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