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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맥산악회 태백산 산행 에필로그
이름   남순대 등록일   2004-01-28 오후 7:07:00
e-mail   firsttime@mail.hitel.net
내용
경맥산악회 태백산 산행 에필로그


1. 강변역


먼길을 뜨는 새떼처럼 47명의 경맥 형제들은 물색 없이 부푼 가슴에 을씨년스러운 서울
을 두고, 저문 날 하얀 눈꽃들의 꿈이 하늘길에 닿아있는 태백산으로 향했다.


영월, 꽃방석고개(화방재, 950m)지나 빙판길 또한 기다시피 하며, 잔뜩 찌푸린 하늘을
이고 가까스로 도착한 유일사, 예정했던 2시는 넘어 어언 4시, 제마다 까칠한 얼굴로 눈
비비며 김이 나는 설렁탕에 선잠을 말고 있었다.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과 함께 태백산맥의 靈山이며 또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리는
분기점이기도 한 太白山, 최고봉인 장군봉(1567m), 문수봉(1517m)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는 남성다운 웅장함과 후덕함을 지닌 土山이며 크고 거대한 능선과 봉우리들을
만들고 있는 푸짐한 육산(肉山)이기도 한 山.


눈발 속에서 느닷없이 맞추나마나한 이영환 단장의 예비군 인원점검 예식(?)을 끝내고
새벽 5시 반, 태백산인지 어느 골짜기 눈비탈인지는 모르지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모두들
앞사람의 뒷꿈치만 보고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둠 속 반딧불같이 움직이는 헤드렌턴, 눈 내리는 저 밤하늘 빈마음자리 말없음표처럼
흩어진다.


오르다 힘이 든다 싶으면 여지없이 "갱맥 왼쪽으로 붙어 서서 휴식"이라는 고함소리가 들
리기도. 싸그락, 바스락 눈밟는 소리, 걷는데만 모두 정신이 팔린다. 그 소리는 마치 여인
의 맑고 부드러운 속살을 목욕물로 뽀드득 닦아내는 소리 같기도. 줄곧 옆에서 같이 오르
던 김사영 회장 말씀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같으단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 난다"고.


2. 영산 태백산! 그 장중한 능선의 주목(朱木)


몇 번을 쉬었을까, 멀리 밤하늘 한 켠 오로라 같이 한무리 엷은 분홍색 빛이 휘붐하게
솟아오르자마자 주변이 어렴풋이 밝아지며 예사롭지 않은 나무의 형상이 희디 흰 눈 속
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거기 태백산의 진정한 主人인 주목이 마치 혼자 춤을 추다 들
켜버린 것처럼 멈춘 동작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가지마다 투명하게 빛나는 상고대(수
증기가 갑자기 식으면서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서리꽃)와 눈꽃이 벌써 멀리 속세를 떠나왔
음을 실감케 하는 것 같다. 지상세계가 아닌 천상의 세상으로.


태백산의 주목은 그 모습이 어느 산보다도 다양하고 기품있게 생겼다. 그 만큼 환경이 혹
독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시각에 따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주목이 다른 방향으로는
싱싱한 가지를 펼치고 있기도. 둥치가 죽어 버리고 난 뒤 오래 진행된 풍화로 인해 붉은
색이 바위처럼 회백색으로 변하고 중동이 부러지고 찢어진 부분은 세월에 마멸되어 뭉툭
해진 터에 자세히 보면 죽은 줄기 사이로 미로같은 수맥을 찾아 가지 하나가 허공으로
어느새 길을 뻗어내고 있다.


태백산에 간다면 朱木에 주목해야 한다. 강인한 생명력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하
고 예술적인 형상을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을 훨씬 넘는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의 줄기속에서 확보하는 방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거운 빙화(氷花)를 주렁주렁 달고 눈과 얼음에 뒤범벅이 된 채 더러는 작은 눈 피라미
드처럼 눈 뿌리는 설원 여기저기에 묵묵히 서있는 모습을 새벽 어스름 뿌연 역광으로 쳐
다보니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나는 그만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육탈이 다 끝나고 뼈가 마르는 시간, 환한 눈꽃 그늘 벌나비 하나 없다.

아마 천년도 더, 다시 또 서있었을 저 모습, 강풍에 설연이 나리는 그 그리메 그 깊이만
큼 마음 속 도드라지는 하얀 뼈의 그 무늬. 저절로 숙연해진다. 어느새 나도 몰래 가만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3. 태백산 천제단(天祭壇)


하늘 열리는 새벽길을 계속 걷는다. 인간세계를 넘나드는 주목 군락, 그 선경(仙境)의 신
비가 채 끝나갈 무렵, 태백산은 드디어 백설이 휘날리는 아침의 비경을 토해내고 있었다.
잠 자는 산야를 눈발이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8시 20분경, 이윽고 장군단을 300m 지나 다다른 천제단, 하늘 밖의 하늘, 코 앞에 서 있
는 사람도 금세 사선을 그으며 내리치는 눈발에 희끗희끗 지워지는 것이었다. 눈을 뜰 수
도 없었다.
맵찬 칼바람은 옷깃을 파고들며 살을 에면서 닥치는데로 아무나 붙들고 그만 자지러진다.


천제단 중앙 한가운데에는「한배검」이라 적힌 입석이 자리하고 있었고 제단에는 돼지
머리가 둘씩이나 과일과 함께 나란히 젯상이 차려져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너도나도
절을 올리고 或者는 한켠에서 마음 속으로만 빌고 있기도. 한배검이란 우리 국조 단군 왕
검을 일컫는 말.


우리가 얘기하는 천제단은 모두 3개가 있는데, 비교적 원형

[나도 한마디]
박달수  즐거운 산행이 되었겠네요. 기회가 있으면 참가하고 싶지만 무박이 좀 신경이 쓰입니다. 2004-02-07 오후 2:37:0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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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맥산악회 태백산 산행 에필로그 2004-01-28 남순대 1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