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쏜살같이 달려가나 보다.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고 호들갑을 떤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입춘, 우수, 경칩 다 지나가고,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몸으로 느끼는 세월의 빠르기는 나이에 비례하는 모양이다. 나이 50대에는 시속 50km의 속력으로 달려가고, 60대에는 시속 60km의 속도 지나간다고 우리는 그렇게 비유하여 말해보기도 한다.
봄과 겨울이 저 만치 다가오고 물러감이 완연히 감지 되는 때이다. 그끄저께는 초여름의 날씨 더니 그끄제 밤에는 비 오고 그저께는 꽃샘 추위가 첫 심통을 부렸다.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하얀 백 목련과 노란 산수유가 조심스럽게 피어 이곳 서울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이제 머지않아 개나리가 그 꽃으로 노란 울타리를 가득 채우고, 진달래가 그 분홍 꽃으로 온 산을 물 들이고, 어느 날 대낮 갑자기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보름달덩이 같은 훤하고 화사한 미인이 길을 턱 막고 서 있는 듯한 벚꽃이 활짝 피면, 아파트 화단에서 가시 달린 물명자가 꽃을 피운 것을 보고 시골 고향의 산기슭에 접한 양지바른 밭 두렁에서 만났던 그 유년시절을 시리도록 그리워지게 하는 그런 봄이 코앞에 다가오면 말이다. 우리는 봄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러한 봄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봄과 겨울이 자리 바꿈을 하는 한 와중인 지난 일요일(3월 14일)에는 동기 한뫼회 예봉산 산행이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남양주시에 있는 예봉산 산행을 위하여 청량리 역에 동기들 18명은 9시 정각을 전후하여 모였다. 새로운 얼굴로 최연식이 처음으로 참여했고, 김갑용, 황종열 동기도 참석하여 자주 보여주지 못했던 얼굴을 모처럼 보여주었다. 한편 산행기점에 비교적 근접한 거리에 있는 송파구나 오금동이나 강동구 길동에 있는 4인방 경철, 인수, 대용이는 희성이 승용차로 곧장 오기로 한 모양이었다.
항상 해 왔듯이 중간 집결지에서 적당량의 막걸리를 구입하려고 전임 박창기와 함께 가까운 곳을 둘러 보고 물어보니 편의점 엘지 25시를 가르쳐 주었다. 막 몇 병을 꺼내어 세고 있는 중에 남회장이 전화를 했다. 따로 출발하는 이희성에게 이미 부탁했으니 사지 말라고 한다.
이희성은 5년간 한뫼회 총무 경력이 말해 주듯이 봉사하는 정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마음 편하게 부탁을 할 수 있는 덕을 지닌 그런 한뫼회 보배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승용차로 인수 경철, 대용이와 함께 166번 버스 종점에 먼저 와서 버스를 타고 오는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산행 중에 넘어졌는지 바지를 걷어 올려 보여준 다리에는 붕대 비슷한 것이 매여 있어 오늘의 산행에는 동참할 입장이 못되었다, 멀리 이곳까지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고 혼자 귀가 했다.
이번 산행에는 특색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새로운 산과의 만남이다. 낯설지 않은 북한산과 같은 구면의 산이 아니라 한번도 안가 본 초면의 산행이었다. 산이 하나의 세상이라면 또 다른 세상과 만난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일행이 20명을 초과했다. 풀리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서울을 벗어난 새로운 산으로의 분위기가 그 일조를 한 듯도 하다. 팔당강을 중심으로 우측의 검단산은 가보았으나 그렇지 못한 좌측의 예봉산을 가볼 좋은 기회로 작용한 점도 있었던 것 같다. 가끔씩 평소 식사 대신에 별미를 즐기듯이 새로운 산과의 만남도 가능하다면 다같이 좀더 연구해 볼 과제이다.
둘째로는 집결시간을 엄수하여 모두 9시 정각을 전후하여 정시에 참여하였으며, 그리하여 9시 15분에 버스를 타러 장소를 이동한 점이다. 향후로도 이러한 전통이 쌓여지면 집결지에서 기다림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집결지에 오는 도중에 여차 여차하여 조금 늦어진다는 연락을 미리 해주지 않은 한 정각 직후에 어김없이 출발하게 된다는 점을 적어도 오늘 참석자는 모두 인지했을 터이다. 종전처럼 좀더 기다려 준다고 아니올 사람이 올 리도 없겠거니와 7개 성상의 연륜을 생각하면 많이 기다려주는 것이 미덕도 아니고 능사도 아니라는 생각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늦게라도 올 사람 같으면 전화라도 했을 터이니 말이다.
셋째로는 산행에서 중식으로 먹을 음식은 “중식 지참 불필요”라고 특별히 밝히지 않는 한,각자가 자기 몫 챙겨와서 함께 펼쳐놓고, 제 것 남의 것 나눠먹는 방향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게 보인 점이다. 그간 중식을 지참하라고 분명하게 못박지 못한 점도 있기는 하였으나 이번에는 거의 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지참한 것 같다. 앉은 자리에서 언뜻 훑어보니 백반을 가져온 자. 김밥을 가져온 자, 식빵을 가져온 자, 라면을 가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