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지각사태 봄비는 구질구질하게 종일 내렸다. 그렇기에 오늘 산행에 참여한 11명은 서로가 훗날 돌이켜 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밤부터 내리던 봄비는 산행 당일 아침에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산행에는 좋은 날씨가 큰 부조인데 날씨 덕을 보지 못했다. 남 회장도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계속 내리는 비로 오늘 산행에 참여할 인원 수가 대폭 줄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 회룡역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심상치 않다. 이유야 여러 가지 많다. 좋지 못한 날씨에 몸에 무리라도 될까 봐, 어제부터 시작한 단식 탓으로 또는 감기 탓으로 이번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오는 전화였다. 그러하니 비 오는 날의 산행 길을 적극 권유를 할 입장도 아니다. 섭섭한 마음이야 없지 않다. 그래도 전화로 미리 알려 준 것이 고맙다. 참여 인원수가 걱정이다. 회룡역에 5분 전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집결 시간은 지났어도 아무도 코빼기(님)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상현이가 막 전화를 해왔다. 4정거장 전인데 갈아타고 하면 더 늦어지는데 괜찮으냐고, 아니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마당에 그 첫 전화가 정말 반갑다. 이어 유철이도, 순대도 전화했다. 몇 정거장 전인데 조금 늦어진다고. 추풍에 낙엽 지듯 봄비에 줄줄이 지각이다. 갈까 말까 갈등하다가 출발이 늦어진 것일까, 영어로 “Something wrong”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이대용, 신경철, 박창기, 추연수가 함께 나타나니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다. 이어 구상교, 유철, 이원근, 남순대가 오고, 동부인한 이상현이 마지막으로 와서 11명이 다 모였을 때는 집결시간 9시 30분이 한참 지난 후였다.
혹자는 비 오는 데 무슨 청승맞은 산행이냐고 비아냥거렸을지도 모른다. 모르고 하시는 천만의 말씀이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의 그 장점을 즐길 줄 아는 자들이다. 이들의 표정과 눈빛을 보자, 어디 청승의 빛이 한 조각이라도 있는가, 여유와 활기찬 표정과 눈빛이 역력하지 않는가. 초록은 동색이라 했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우산 쓰고 나타난 서로의 얼굴을 보니 반가움은 배가 되고 서로들 역시 자네답군 하는 듯 하다.
기다리던 중 목을 추길 막걸리를 몇 병 산후 몇 군데 확인 전화를 마치니 10시가 다되었다. 10시 정각을 막 지나 출발하면서 오늘 참석한 우리도 이만하면 전문 산악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고 우중 산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명함에 전문산악인이라고 적자고 한다. 전문산악인이 무슨 직업이냐고 하고 웃는다.
사패산(賜牌山), 회룡(回龍) 회룡 회룡 우리가 집결한 회룡역, 산행기점으로 삼은 회룡골, 경유지 회룡사, 온통 관형사 회룡이다.
오늘의 산행지는 사패산이다. 오늘의 예정된 코스는 먼저 사패산의 회룡골로 들어서 회룡사를 거쳐 사패 능선에 올라서고, 그 능선을 따라 사패산 정상(552m)을 밟는 것이다. 그 후에는 왔던 사패선 능선길로 돌아오다가 올라왔던 회룡골로 하산하는 길이 아니라 곧장 직진하여 사패능선과 이어진 포대능선을 거쳐 망월사로 가는 길이 계획된 하산 코스이다.
사패산은 개발과 생태계 보전문제로 주목을 받아 우리 귀에 익숙해진 산이다. 지난해 연말 노대통령과 조계종 종정의 전격적 담판이 있었고, 그 결과로 공사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이곳을 관통하는 외곽순환도로공사의 건설공사 중지를 위하여 불교계와 민간단체의 강력한 도전에 부딪쳐 심각한 갈등을 빚었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울대리 송추와 의정부시에 맞닿아 있는 사패산은 그 유명한 북한산, 도봉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 구역을 구성하면서도 이들의 명성에 가려있었다. 도봉산의 포대능선과 연결된 이 산은 한 두 해 전까지만 해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등산객의 발길이 자유롭지 못했던 탓으로 이 공원구역 중에서 가장 깨끗한 속살을 갖고 있고 또 울창한 숲은 원시림에 가깝고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연상시키는 너럭바위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하는 산이다. 사패산의 ‘사패’란 단어가 의미하는 궁가나 공신에게 종, 산판, 논밭 따위를 준다는 그 말 뜻처럼 이조 선조의 6째 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을 가면서 임금이 하사한 땅이라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산행 중 안내 판에 적혀있었다.
회룡사를 향하여 회룡사를 향해 출발이다. 검고 흰 우비를 걸친 두 사람을 빼고는 모두 우산 행렬이다. 싱그러운 산 빛 위의 하늘 한쪽이 뻔하게 밝다. 그래서 나중 한 때 비가 그쳐 줄 것을 기대해 본다. 회룡역에서 조금 지나 산 쪽으로 다가서면 북한산 국립공원 회룡골 매표소가 나타난다. 일인당 1,600원으로 11명에 대한 입산료는 거금이라고 하면서 거금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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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사패산 산행 이야기
2004-05-14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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